"섹시오일(S-Oil)처럼 섹시한 배당주에 투자하자"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5.0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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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Market]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기업을 직접 경영하다 보면 배당을 준다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점을 알게 됩니다. 즉 배당을 주는 기업은 '회사의 현금 흐름에 문제가 없다는 강력한 신호'를 주고 있는 겁니다"

스물여섯에 창업해 최준철 대표와 함께 수탁고 1조8000억원의 VIP투자자문을 일궈낸 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41·사진)는 작년부터 배당주에 꽂혔다. 배당투자는 가치투자의 한 조류지만 이제 배당이 주가 재평가를 이끌어내고 배당만으로 신고가 주식이 나오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최 대표와 제가 증권업계의 다른 펀드매니저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펀드매니저이면서 동시에 한 기업의 경영자라는 사실입니다.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대부분의 일을 외상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임금과 세금, 배당만큼은 현금으로 지불해야 합니다. 즉 충분한 현금이 없으면 배당을 줄 수가 없는 겁니다"

회사에 있어 현금은 피같은 존재라는 것. 경영자 입장에서는 유보 현금이 넉넉해야 경영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는데 임금과 세금을 지급한 뒤에 현금배당까지 준다는 것은 회사의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확실한 자신감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상장기업들은 배당성향과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전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배당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봤다. 배당성향을 점진적으로 높여온 대만과 일본 증시의 PBR이 높아졌던 것처럼 한국도 배당성향 상향과 더불어 주식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대표는 될성부른 배당주 떡잎을 고르기 위해 배당성향과 시가배당률을 모두 고려한다. 배당성향이 20~30%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시가배당률이 4~5% 이상으로 시중금리의 2~3배에 달하는 회사가 최우선 투자 대상이다.

"배당성향이 30%라는 것은 순이익의 70%는 유보된다는 뜻입니다. 순이익의 30%를 배당으로 주면서 충분한 유보를 꾀하고, 동시에 시가배당률이 4~5%나 된다면 이건 시가(주가)가 정말 저평가된 회사라는 뜻이죠."


이런 아이디어에 입각해 지난해 1월6일 출시된 VIP 배당주 주식일임형 상품은 현재 18.95%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순수하게 배당에 초점을 맞춰 출시된 이 상품의 설정액은 200억원 정도로 크지 않지만 작은 사이즈인 만큼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률을 돌려줄 수 있다고 김 대표는 자부했다.

VIP 배당주 주식일임 상품에서 투자한 대표적인 배당주는 올해 초 '10% 파격 배당'으로 시장에서 파문을 일으킨 S-Oil 우선주다. 2014년에는 적자로 배당을 못했고, 2015년에는 투자로 배당금이 적었던 S-Oil의 2016년 배당에 대한 시장 기대치는 낮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대주주가 외국계인 S-Oil은 이익이 많이 나면 반드시 고배당을 할 거라고 봤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배당수익률 10~11% 나오는 종목을 시장에서 가만 놔둘 리 없죠. 배당으로 인해 주가가 얼마나 재평가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종목을 엄선해 투자한다면 배당과 차익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현재 배당성향이 높지 않지만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이 좋다고 말한다. 배당성향을 늘려가는 과정에서 주가가 재평가될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대다수 투자자문사들이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사모전문 자산운용사)로 전환한 가운데 VIP투자자문은 15년째 자문사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나이가 찼는데 왜 결혼을 안 하냐는 질문처럼 운용사 전환에 관한 질문을 단골로 받는다"며 "우리는 언제든 운용사로 전환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놓겠지만 당장은 운용사 전환의 실익보다 일임업의 장점이 크기 때문에 자문사 형태를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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