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수익률 낮아도 성장세는 폭발적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실 2017.05.0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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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칼럼]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지난달 16일 금융위원회와 코스콤은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간 진행한 로보어드바이저 1차 테스트베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테스트베드의 목적은 분산투자, 투자자성향 분석, 해킹방지 등 투자자문·일임을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율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검증이다.

이번 테스트베드의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이 수익성보다 안정성에 우선을 두고 있지만 유형별 평균 수익률이 0.15~2.88%로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견해들이 많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이하 RA)란 컴퓨터가 알고리즘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저성장이 지속되자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커졌다. 지난해 알파고 열풍이 휩쓸고 난 후에는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증권업계는 RA 도입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성 면에서 RA가 인간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며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RA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머신러닝 기법 등으로 학습한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아직은 진정한 인공지능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실패한 모델인 시스템 트레이딩과 별반 다를 것 없다는 견해도 많다.

과거 데이터에 의존한 일상적인 투자에는 효율적이나 브렉시트 등 급작스런 경제·정치 환경 변화에 적절한 대응을 할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RA 자체의 독단적인 운용보다는 인간이 최종 결정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언젠가 사람을 대체하게 되면 금융 산업 전반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2017 한국직업전망’에서는 핀테크가 활성화되고 로보어드바이저의 활용과 빅데이터에 기반한 자산운용시스템 구축이 본격화되면 펀드매니저 등 운용 인력의 고용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자본시장리뷰의 ‘로보어드바이저가 미국 자산관리시장에 미친 영향’에 따르면 예상과는 다르게 미국의 2016년 2월말 기준 투자자문사 전체의 자문인력은 3년 전에 비해 3만7066명(연 평균 3.5%) 증가해 자문인력 대체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국내 업계에서는 RA가 내세우는 수수료 인하효과가 나오기 힘들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비대면 일임계약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아직은 시기상조이며 RA가 운용업무를 수행하면 최소 1명 이상의 인간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중장년층의 경우 인터넷·모바일 문화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 많아서 비대면 방식이 오히려 투자자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들로 RA가 저렴한 수수료로 위험분산을 하고 적절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펀드 규모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는 비아냥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RA를 외면하기에는 그 폭발적인 성장세를 무시할 수 없다. 경영컨설팅 업체인 에이티커니(A.T. Kearney)에 의하면 글로벌 RA 시장은 지난해 3000억 달러에서 2020년 2조2000억 달러로 연평균 6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베이비붐 세대는 효율적인 퇴직자산 관리가 필요하고 인터넷·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층은 저렴하고 손쉬운 자산관리 서비스를 선호한다. RA는 일부 부유층에 허용됐던 자산관리 서비스가 대중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금융투자협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공동으로 개인고객 23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개인의 금융투자 실태 분석'에 의하면 RA 서비스에 대해 응답자의 52.7%가 이용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아직은 초기단계라 검증과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RA는 인간 능력의 한계를 넘어 얼마든지 확장 가능하다는 잠재력이 있다. 투자 자산의 범위나 수가 늘어날수록 활용도는 높아질 것이며 앞으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진정한 인공지능 수준까지 발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RA에 의한 자산관리가 일반화되면 금융 생태계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 자본시장이 기계 대 인간, 기계 대 기계간의 우열을 가리는 각축장으로 변모할 날이 그리 멀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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