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테마주, 탈출기회가 점점 멀어지네"…막판 반등?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7.04.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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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79>19대 대선관련 테마주들의 운명, '예고된 몰락'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안랩(안철수 테마주) 탈출기회가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ㅠㅠ”(주식 커뮤니티 게시판)

19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대선 후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는 테마주(株)들의 운명도 이제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최대주주로 있는 안랩의 주가는 안 후보의 여론조사 결과 추이와 맞물리면서 대표적인 롤러코스터 형세를 보이고 있다.

안 후보가 국민의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안풍’(安風: 안철수 바람)을 일으키며 지지율이 크게 오르자 투기꾼들이 안랩 주식에 대거 몰렸고 주가는 20여일 만에 두 배 이상 치솟았다.



그러나 안 후보가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는 날을 기점으로 안랩의 주가는 하락세로 반전했다.

그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대선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지만 안랩의 주가는 하락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몇 차례 진행된 대통령 후보 TV토론에서 안 후보가 저조한 성적을 낼 때마다 안랩의 주가 하락은 두드러졌다.

"安테마주, 탈출기회가 점점 멀어지네"…막판 반등?
28일 안랩 (66,900원 ▲100 +0.15%)의 주가는 3월 31일 최고치 대비 51% 하락해 반토막 난 상태다.


그러자 주식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안랩 주식을 아직 처분하지 못한 투자자들로부터 “안랩 탈출기회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라는 넋두리 글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테마주로 불리는 우리들제약도 비슷한 국면에 처해 있다. 문 후보의 지지율이 계속 선두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 들어 2위 후보와의 격차를 벌리는 유리한 상황에서도 우리들제약의 주가 역시 롤러코스터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들제약 주가는 문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는 날을 기점으로 하락 반전됐다. 그 이후 잠시 반등하는 듯 했으나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고 지금까지 하락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3월 중순 이후 보름 만에 무려 82%나 급등했던 우리들제약 (5,660원 ▼110 -1.91%) 주가는 현재 3월 30일 최고치 대비 43% 떨어진 상태다.

사실 안 후보가 최대주주인 안랩과 달리 우리들제약은 문 후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억지' 테마주이다. 굳이 따지자면 과거 고 노무현 대통령 허리수술 주치의와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고 문 후보가 세운 법무법인과 관계가 있다는 정도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제약은 지난 2012년 대선 때부터 일찌감치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됐고, 이번 대선에서도 또 다시 대선관련주로 투기꾼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安테마주, 탈출기회가 점점 멀어지네"…막판 반등?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경상남도 도지사 시절 신공항 후보지로 밀양을 밀었다는 이유로 홍준표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는 두올산업도 투기꾼들이 몰리면서 롤러코스터 형세를 띄기는 마찬가지다. 두올산업도 투기를 노리고 억지로 갖다 붙인 정치관련 테마주이다.

두올산업 주가는 2월 중순 이후부터 오르기 시작해 한 달여 만에 95%가 올랐지만 홍 후보가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는 날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선회했다.

홍 후보가 대선 막판에 보수층 집결을 꾀하며 선전을 하고 있지만 투기꾼들이 두올산업에 다시 입질을 하지 않고 있다. 28일 두올산업 (947원 ▼7 -0.73%) 주가는 3월 28일 최고치 대비 42%나 빠졌다.

사실 정치관련 테마주에 투기꾼들이 몰렸다 빠지면서 주가가 롤러코스터 형세를 보이는 것은 선거 때마다 발생하는 고질적인 병폐다.

지난 2012년 대선(18대)과 2007년 대선(17대) 때에도 예외 없이 정치 테마주들이 증시를 들썩이며 기승을 부렸다. 그러나 화려했던 만큼 몰락도 컸다.

2012년 대선 이후 금융감독원이 150개 정치 테마주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 시가총액은 최고가 대비 17조원이상 증발했으며 테마주 투기로 인한 피해자의 99.9%는 개인투자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테마주였던 써니전자는 최저가 대비 3146%나 급등했고, 문재인 테마주였던 우리들생명과학과 바른손 (1,554원 ▼46 -2.88%)은 모두 1000% 이상 올랐다.

그러나 이들 테마주들은 선거일 이전인 12월 초부터 급격하게 하락해 최고가 대비 평균 52.7% 몰락하는 운명을 맞았다. 써니전자 (2,045원 ▼5 -0.24%)의 경우 고점 대비 88%나 떨어졌고 안랩은 75% 추락했다.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은 공히 80% 넘게 폭락하며 정치 테마주들 모두 ‘예고된 몰락’의 운명을 걸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7일 발표한 과거 16~18대 대선 테마주 분석에서도 대선 테마주는 선거가 끝나고 5일 후 최고치 대비 평균 30%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선자 관련주도 선거일 5일 안에 결국 하락해 선거일 이전 초과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올해 2017년 대선 테마주들의 운명도 과거 대선 테마주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미 대선 1~3위 후보 관련주 모두 고점 대비 평균 40% 넘게 하락한 상태다.

이제 19대 대통령 선거일(5월 9일)까지 채 열흘도 안 남은 상황에서 아직도 대선 테마주를 붙들고 있는 이들에게 탈출기회는 거의 없어 보인다.

이들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은 대선 막판에 주가가 반등하고 그 틈을 타서 극적으로 빠져 나가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거래할 수 있는 날도 고작 3일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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