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권 표절?…빅뱅·자우림·스콜피온스도 모두 '표절'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7.04.26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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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팩트] ‘코드 유사성’만으로 제기하기 힘든 전인권 ‘표절시비’…원저작자 소송제기로 결론내야

전인권 표절?…빅뱅·자우림·스콜피온스도 모두 '표절'


가수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가 표절 시비에 걸린 것은 코드, 박자, 분위기 등 크게 3가지 부분에서다. 이 곡은 1970년대 활동한 독일 그룹 블랙 푀스(Black Fooss)의 곡 ‘드링크 도흐 아이네 멧’(Drink doch eine met)과 유사하다고 지적받고 있다.

곡을 들어보면, 실제 ‘비슷하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가장 큰 유사성의 빌미는 코드다. 1970년대식 작법의 흐름, 특히 팝과 록에서의 작법은 3도 화음으로 쌓는 ‘트라이어드 코드’로 구성된 형식이 대부분이다. 이런 단순한 코드 배열은 쉽고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반면, 비슷한 곡의 형태가 나올 확률도 지극히 높다.



70년대 활동한 독일 그룹이나, 80년대 활동한 전인권이나 (당시 활동 그룹들이 대부분 그렇듯) ‘그루브’(리듬감) 떨어지는 ‘정박자’ 중심의 노래에 갇혀있는 것도 유사성의 빌미를 제공한다. 멜로디가 유사하더라도 당김음이나 미는 음 등 요즘 트렌드 음악의 교과서 같은 엇박자 리듬감을 구사하지 않으면 두 곡은 ‘똑같아질 확률’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리듬 하나 바꾸면 전혀 다른 곡처럼 느끼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두 곡은 또 ‘합창곡’처럼 점층법에 의한 곡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위기도 유사하다.



이런 패턴의 부작용은 1970년대 비일비재했다. 대표적인 것이 스콜피온스의 ‘올웨이즈 섬웨어’(Always Somewhere)라는 곡과 레너드 스키너드의 ‘심플 맨’(Simple Man)이다. ‘심플 맨’이 1973년도에 발표되고 ‘올웨이즈~’는 79년 발표됐지만, 두 곡은 마치 같은 곡으로 느껴질 만큼 유사하다. 심지어 기타 반주의 주법까지도 같다.

뒤늦게 발표된 ‘올웨이즈~’는 그 유사성에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독차지했다. ‘심플맨’을 듣고 “스콜피온스 노래 죽인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두 곡은 코드, 박자, 분위기에서 흡사했으나, ‘표절 시비’에서 자유로웠다. ‘면밀히’ 따지면 같은 곡이 아니었기 때문.

전인권의 곡과 독일 그룹의 곡을 자세히 뜯어보니, 똑같은 멜로디는 ‘지나간 것은’(1마디) 부분과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2마디)가 전부다. 표절시비는 4마디, 8마디 같은 정해진 반복악절의 유사성을 두고 따질 수 없다. 대상 곡이 원곡을 떠올리게 하면 시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데, 최종 판단은 오로지 저작권자만이 할 수 있다.


4개 트라이어드 코드만 갖고 만든 음악들은 사실 다른 노래를 얹어도 부르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개그 콘서트’의 한 코너에서 마디마다 다른 노래를 이입하며 웃음을 제공하는 것도 실은 ‘코드의 유사성’ 때문이다. 그렇다고 ‘표절 시비’로 몰고 가지는 않는다.

전인권 표절?…빅뱅·자우림·스콜피온스도 모두 '표절'
전인권의 곡은 ‘코드’보다 ‘멜로디’의 유사성이 사실 더 큰 문제다. 유사한 총 세 마디 멜로디로 ‘표절 시비’를 충분히 제기할 수 있으나, 실제 법정에 가면 한마디 유사성으로 ‘표절 판정’을 내는 경우는 드물다. 연속성에서 (법칙은 아니지만) 4마디 유사성을 기본으로 하는 것은 몇 안 되는 법적 분쟁에서 이미 ‘판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인권식 멜로디 유사성은 이미 국내에서 유명 가수들에게도 빈번히 일어났다. 빅뱅의 ‘거짓말’은 일본 프리템포의 ‘스카이 하이’(Sky High)와 주 테마 연주가 똑같아 시비가 붙었고, 결국 빅뱅과 친분이 있는 프리템포 측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일단락됐다. 자우림의 ‘하하하쏭’은 김상희의 ‘즐거운 아리랑’과 후렴구가 비슷했지만, 자우림의 ‘해명’으로 넘어갔다.

시비는 넘치는데, 분쟁으로 가지 않는 것은 저작권자의 ‘의지’와 관련돼 있다. 원 저작자가 ‘관용’을 베풀거나, 연락이 닿지 않거나 분쟁에 소극적일 경우 대부분 시비는 시비로 끝날 확률이 높다.

전인권은 이 곡의 표절 시비에 대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그룹의 곡을, 그것도 40년이나 된 노래를 찾아 듣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비틀스의 곡이 그랬듯, ‘잠재적 표절’도 법적 분쟁에선 표절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요즘 음악가들은 고도의 코드를 즐겨 쓴다. C라는 무미건조한 코드보다 C9이라는 재즈 코드를 통해 더 세련되고 멋진 음악을 자랑한다. 이런 코드를 쓰면 ‘이미 알려진 멜로디’를 교묘하게 바꾸기도 편하다.

예를 들어 볼빤간사춘기의 ‘심술’을 다른 주법(C9코드로 시작)으로 연주하면 타미아의 ‘오피셜리 미싱 유’(Officially Missing You)나 혁오의 ‘위잉위잉’ 같은 곡으로 소화할 수 있다. 그러면서 다른 곡처럼 안 보이게 하는 ‘변장술’에도 능하다. 9나 11 화성으로 구성된 재즈 코드가 지닌 장점인 셈이다. 화성이 넓은 코드(C9)를 쓰기 때문에 C라는 단순한 코드로 연주하는 전인권식과는 유사성 논쟁에서 피해갈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유연성 떨어지는 옛날 작법으로 논쟁에 휩싸인 전인권 표절 시비는 ‘드링크 도흐 아이네 멧’을 만든 작곡가만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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