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억 잭팟' 미샤 회장…경영권 프리미엄 챙긴 배경은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7.04.27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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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12년 만에 주식수 4배 증가, 경영권 프리미엄만 600억 이상…'K뷰티' 경쟁력 여전, 공동경영 대가도 포함

미샤 매장 전경/사진=머니투데이 DB미샤 매장 전경/사진=머니투데이 DB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6,450원 ▼70 -1.07%) 회장이 투자회사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에 보유지분을 넘기고 1800억원 넘는 뭉칫돈을 거머쥐었다. 1주당 매각가가 실제 주가보다 50% 이상 높은 금액으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됐다.

화장품 트렌드 변화와 경기 침체,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등으로 인해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은 최근 브랜드숍 시장 현실을 감안할 때 기대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은 깜짝 거래라는 평가다. 반면 성장세가 주춤한 브랜드숍을 인수하기 위해 IMM이 수백억원의 프리미엄까지 얹어 주식 매입에 나선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회장/사진=머니투데이 DB서영필 에이블씨엔씨 회장/사진=머니투데이 DB
◇12년 만에 1800억 '잭팟'…경영권 프리미엄 600억 이상=
화장품 브랜드숍 '미샤'로 잘 알려진 에이블씨엔씨는 2005년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직전인 2004년말 118만4050주였던 서 회장의 주식은 12년 만에 495만1325주로 4.2배 증가했다. 서 회장은 장내매수와 유·무상 증자, 주식배당 등을 통해 주식수를 늘렸다. 특히 2009년부터는 주식 1주당 0.1주의 신주를 배당하는 방식으로 매년 보유 주식수를 10%씩 늘려왔다. 배당으로 주식을 처음 받은 2009년 210만주 남짓했던 주식수는 6년 만인 2015년 400만주를 넘어섰다.

서 회장은 2~3년 전부터 지분 매각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후 2013~2015년 3년 연속 매출이 감소하면서 인수자 물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이 반등하면서 매각 작업도 급물살을 탔다. 지난 21일에는 IMM과 자신이 보유 중인 에이블씨엔씨 주식 29.31% 중 25.54%(431만3730주)를 1882억원에 넘기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IMM은 서 회장의 지분을 매입한 직후인 지난 24일 총 3000억원을 들여 에이블씨엔씨 지분 60.21%(1016만9491주)를 공개매수하기로 결정했다.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안정을 위한 조치로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IMM의 지분율은 85% 이상으로 늘어난다. 에이블씨엔씨 주식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2만9500원. 서 회장의 경우 일반주주보다 47.9% 할증된 주당 4만3636원을 받고 지분을 넘긴 만큼 600억원 이상을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인정받았다는 해석이다.


'1800억 잭팟' 미샤 회장…경영권 프리미엄 챙긴 배경은
◇"성장 여력 충분하다"…'K뷰티' 경쟁력 높은 평가=
IMM이 서 회장 지분에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한 것은 'K뷰티'의 경쟁력이 여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화장품 브랜드가 우후죽순 늘면서 경쟁이 치열한 데다 중국과의 사드 갈등으로 단기 실적 전망이 밝지 않지만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시장 전망에 힘을 실은 것이다.

'미샤' 750여개, '어퓨' 28개, '뷰티넷' 2개 등 국내에만 800개에 달하는 유통망도 프리미엄 요인으로 꼽힌다. 브랜드숍 트렌드가 저문다고 판단될 경우 헬스앤뷰티스토어 형태로 변신을 꾀해 '올리브영' '왓슨스' 등과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해외 매장수는 32개국, 3000여개에 달한다.


서 회장이 지분 매각 후에도 전문경영인으로 공동 경영에 참여하는 대가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서 회장은 지분이 3.77%로 줄어들지만 이사 선임 등 주요 사안에 대해 경영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한편 공개 매수를 통해 지분을 추가 매입할 경우 서 회장에게 4만3636원에 인수한 주식 가격을 평균 3만3710원으로 낮출 수 있다는 계산까지 사전에 마쳤다는 해석도 있다.

수천억원대 규모 매물 가운데 연 평균 두 자릿수 성장세를 지속하는 업종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IMM이 화장품 기업을 선택한 이유다. 기업 M&A(인수·합병)업계 한 관계자는 "한때 외식·패션업종에 투자업계 러브콜이 이어졌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엑시트(자금회수)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내수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화장품업종은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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