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가 10배↑' 홍준표 자서전 읽어보니…

머니투데이 이슈팀 남궁민 기자 2017.04.2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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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출간 '나 돌아가고 싶다'…로맨티스트 꿈, 광주 인연, 노블레스 오블리주 눈길…최근 행보와 배치되기도

2005년에 출간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 ./사진=남궁민 기자2005년에 출간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 ./사진=남궁민 기자


지난 20일 한 누리꾼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에 적힌 '돼지흥분제' 관련 내용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려 논란이 일었다. 짝사랑하던 여성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돼지흥분제를 구해달라고 친구가 부탁했고, 당시 대학 1학년이던 홍 후보가 이를 들어줬다는 내용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홍 후보가 '성폭행 모의'에 가담한 것 아니냐며 비난이 일었다. 이에 대해 홍 후보는 당시 일에 대해 사과하며 이미 자서전을 통해 스스로 반성하고 용서를 구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기자는 내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홍 후보의 자서전을 구했다. 지난 21일 온라인 중고서점에서 1700원에 구입한 책은 하루 만인 22일에 배송됐다.

2005년 출간된 책은 현재는 절판돼 중고시장에서만 거래되고 있다. 12년 전인 출간 당시 판매가는 9500원. 이른바 '돼지흥분제' 논란이 불거지기 전 온라인 중고시장에서 2000원 안팎에 거래되던 책은 논란 이후 26일 현재 3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매물도 거의 사라진 상태다.



◇'로맨티스트' 꿈 꾼 홍 후보…가족 이야기가 절반

'나 돌아가고 싶다' 책머리 중. /사진=남궁민 기자'나 돌아가고 싶다' 책머리 중. /사진=남궁민 기자
자서전 말머리에서 홍 후보는 "남은 세월은 검사가 아닌, 저격수가 아닌, 꿈꾸는 로맨티스트로 세상 사람들에게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2005년의 홍 후보는 '꿈꾸는 로맨티스트'를 바랐지만 최근 대선 정국에선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스트롱맨'을 자처하고 있다.

책의 절반은 가족들에 대한 홍 후보의 생각들로 채워졌다. 다양한 일화를 통해 가족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담았다. 부모와 형제, 부인과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만큼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도 컸다. 홍 후보는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선출 연설에서도 "인생의 마지막 꿈이 내가 대통령이 돼 엄마처럼 착한 사람을 잘 살게 해줘 보자, 그게 제 마지막 꿈입니다"라며 어머니에 대한 회한을 드러냈다.


홍 후보는 자신의 누나들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하나님이 정말 원망스럽다. 착하게 살면 복을 받아야 하는데 내 여형제를 보면 착하게 살았는데도 복을 받지 못했다. 못 배우고 가난하면 복도 받지 못하는지 하나님이 원망스럽다"고 애통한 마음을 적었다.

◇광주와의 인연 강조…"광주의 한(恨) 온몸으로 느껴"

'나 돌아가고 싶다'에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와 광주, 호남의 인연이 수차례 강조됐다. /사진=남궁민 기자'나 돌아가고 싶다'에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와 광주, 호남의 인연이 수차례 강조됐다. /사진=남궁민 기자
책에는 홍 후보와 광주의 인연도 여러 차례 드러난다. 홍 후보는 광주지검 강력부에서 근무하던 1991년 5월 발생한 잇따른 분신사건을 돌아보며 "1991년 광주의 5월을 보면서 나는 광주의 한(恨)을 온몸으로 느꼈다. YS(김영삼)정권이 들어선 후 '5·18 민주화운동' 입법과 보상 입법이 제정되고 1997년 12월 DJ(김대중)정권이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그때 광주 사람들의 희생이 바탕이 됐다"고 광주 시민들의 희생을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 홍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에 따라 부여하는 이른바 '5·18 가산점'에 대한 재검토를 공약했다.

지난 17일 대구 동성로 유세에서 "5·18 가산점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는 질문에 홍 후보는 "5·18 가산점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 25일 토론에서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5·18 가산점'에 대한 입장을 묻는 등 '5·18 가산점'을 쟁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어릴 적 부자의 횡포에 '분노'…'노블레스 오블리주' 강조

춘궁기에 곡식을 빌려주고 높은 이율로 돌려 받은 부자를 회상하며 홍 후보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강조했다. /사진=남궁민 기자춘궁기에 곡식을 빌려주고 높은 이율로 돌려 받은 부자를 회상하며 홍 후보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강조했다. /사진=남궁민 기자
'장리곡'이라는 장에서 홍 후보는 춘궁기에 쌀을 빌려준 뒤 높은 이자를 더해 돌려받는 동네 부자를 비판했다. 홍 후보는 "가난은 나라도 구휼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있는 자의 아량은 이웃을 따뜻하게 할 수도 있다"며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강조했다.

하지만 홍 후보는 이달 13일 대한상공회의소 강연에서 "부자들의 것을 뺏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은 홍길동이나 하는 짓"이라며 법인세 증세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법인세를 낮춰 기업들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인터뷰에서는 고소득자 증세에 대해 긍정적인 다른 후보들과 달리 고소득자 소득구간 신설 문제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유보적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韓, 은퇴 문화가 없다" 지적…최근엔 손학규 국민의당 선대위원장 저격

한국의 '은퇴 문화'에 대한 생각을 드러낸 홍 후보. /사진=남궁민 기자한국의 '은퇴 문화'에 대한 생각을 드러낸 홍 후보. /사진=남궁민 기자
자서전에서 홍 후보는 한국의 은퇴문화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홍 후보는 "한국에는 소위 은퇴문화가 없다"며 "정치판에서의 은퇴는 더 심각하다. 온갖 모욕과 질타를 받아도 권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친다. 결국 은퇴는 추할 대로 추해진 후에 타의에 의해 은퇴를 한다"고 적었다.

홍 후보는 지난 19일 손학규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장을 향해 "선거가 끝나면 해남 토굴로 가서 또 정치쇼하지 마시고 광명 자택으로 가셔서 조용히 말년을 보내라"며 "과거 같은 당에서 선배로 모시고 존경했던 분이 무슨 미련이 남아서 막바지에 저렇게 추하게 변해가는지 참으로 정치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토론 지루하면 시청자들 채널 돌려… 격한 토론 즐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25일 열린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25일 열린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TV토론에 대한 홍 후보의 생각도 자서전에 담겼다. 홍 후보는 "밤에 하는 토론은 시청자들이 지루하게 느끼면 바로 다른 채널로 돌려버리기 때문에 가급적 메시지가 단순하고 명료해야 한다"며 "아울러 다소간의 격한 논조가 나와야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대체로 격한 토론을 즐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선주자 TV토론이 진행되며 홍 후보의 직설화법은 큰 화제가 됐다. 주로 차분한 어조를 고수하는 후보들과 다른 토론 방식으로 홍 후보는 지지자들 사이에선 '사이다' '저격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홍 후보의 토론 태도를 불편하게 여기는 시청자들은 "무례하다" "분위기를 깬다"는 상반된 평가를 내놓고 있다.

◇회한으로 가득한 외침…"나 돌아가고 싶다"

이외에도 책에는 '검사 홍준표' '정치인 홍준표'가 겪은 역정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노동법 날치기' 참여,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당위성을 역설하지 못한 데 대한 후회도 담겼다. 논란이 된 '돼지흥분제' 이야기와 후에 "이대 계집애들은 패버리고 싶다"고 말하며 논란이 된 미팅 이야기도 쓰여 있다.

홍 후보는 책 서두에 "최정상에서 누리는 기쁨이라는 것도 불과 4, 5년에 그치는데 그 정점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리는 군상들의 모습이 더 없이 불쌍해 보이기조차 합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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