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은 '이미지'를 남긴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7.04.2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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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호불호 강한 洪 떠오르고, 양자구도 상실한 安 전략에 문제 지적

 25일 경기 고양시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토론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2017.4.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5일 경기 고양시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토론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2017.4.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960년 미국 대선에서 최초로 진행된 TV 토론회는 아직도 회자된다. '젊음‧자신감'의 이미지를 앞세운 존 F 케네디는 노회한 달변가 리처드 닉슨을 압도했다. '이미지'가 '달변'을 이긴 사례다. 한 방송인 출신 정치인은 "토론회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것은 구체적 멘트보다 토론에 임하는 자세와 메시지 방향성"이라고 설명했다. 논리로 상대를 제압한 게 반드시 표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의미다.

19대 대통령선거 TV 토론 흐름도 비슷하다. 토론의 우위가 지지율로 이어지지 않는다. 후보별 지지율 차이가 뚜렷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논리'보다 '이미지'가 주도하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여타 후보들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지만 오히려 지지율은 안정세다. 언변이 뛰어나지 못한 문 후보가 안보·경제 등의 사안에 명확한 답변을 못한 것을 감안하면 결과론적으로 '선방'한 셈이다.



토론회가 '1대4'의 구도로 진행되며 문 후보가 마치 '대통령 청문회'에 나선 이미지가 형성된 영향이다. 문 후보에게 검증의 날을 들이밀었던 게 오히려 '대세'를 증명하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문 후보의 전략도 비슷하다. 여유로워 보이는 '미소'는 기본이다. 집중공세가 이어지면 단호하게 자른다. 대통령직 수행을 위한 안정감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다. 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25일 JTBC 토론회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향해 "우리 정책본부장과 얘기하라"고 한 것은 안정감보다 오만함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보수 적자'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오른쪽'으로 쏠렸다는 거센 비판을 받으면서도 홍 후보는 보수 대표 후보의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 JTBC 토론회에서도 홍 후보는 △귀족노조 △군 가산점 △동성애 △사형제도 등을 줄줄이 문 후보에게 물어봤다.



현안 문제가 아니라 보수와 진보의 가치를 나눌 수 있는 이슈들을 거론한 것이다. 존경하는 인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거론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금품수수 논란을 언급한 것도 모두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실제 대선판이 문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간 양자구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토론장에선 '문재인 vs 홍준표'의 구도를 만들었다.

반면 안 후보는 토론회에서 긍정적 '이미지'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파격적인 선거 포스터와 TV 광고를 선보였지만 정작 TV 토론에선 '안철수 이미지'를 부각시키지 못했다. 공격수의 이미지도, 내공 있는 실력자의 이미지도 심어주지 못했다. 오히려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 등을 스스로 거론하며 부정적 이미지만 강해졌다. 자연스레 구도도 헝클어졌다. 민주당 내에서도 "안 후보가 왜 스스로 '4대1' 구도를 문 후보에게 만들어줘서 스스로 양자구도를 포기했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신 율 명지대 교수는 "안 후보의 토론 전략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질문도 문 후보를 치고 가는 방식으로 가야 하는데 자꾸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다른 후보들에게 물어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자신의 진실된 면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 이상은 못 나가고 있어 아쉬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홍 후보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보수로 생존하기 위한 방법을 취하고 있는데 그 전략이 아주 좋았다"고 평가했다.


토론회에서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달변가' 유승민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각자의 영역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유 후보는 경제전문가로 꼼꼼한 면모를 국민들에게 각인시켰고, 심 후보는 합리적 진보의 이미지로 지지율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다만 유 후보의 경우 지나치게 세밀한 부분의 토론에 매진해 대선후보로의 '숲'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 후보가 '정책본부장'을 거론하고, 홍 후보가 "기재부 국장의 설교"라고 말한 것의 연장선에 있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유 후보는 국정운영의 큰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라며 "일부에게는 '말꼬리 잡기'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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