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전무 한방에 '인생역전'… 39살 연봉 6억男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4.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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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원용준 더블유게임즈 CFO(최고재무책임자)

원용준 더블유게임즈 CFO/사진=더블유게임즈원용준 더블유게임즈 CFO/사진=더블유게임즈


다들 미쳤다고 했다. 2014년 10월, 한국거래소 대리였던 원용준 더블유게임즈 전무(39)가 정년이 보장되는 연봉 1억 '신의 직장'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동료, 친구, 가족이 모두 쌍수를 들고 반대했다. 게다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게임 벤처기업, 심지어 카지노 게임을 만드는 회사로 간다고 하니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거래소는 좋은 직장이었지만 답답했죠. 가슴 뛰는 일을 해볼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거래소 상장유치팀에 IMM 등 국내 굴지 PEF(사모펀드)들이 이 회사를 상장할 수 있을지 문의해와 더블유게임즈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당시 더블유게임즈는 '강원과학고 3대 천재'로 불린 김가람 대표 주도하에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김 대표의 1년 후배였던 원 전무는 김 대표와 함께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에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원 전무가 더블유게임즈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합류한 지 정확히 13개월 뒤 더블유게임즈는 2000년 이후 코스닥 최대 공모자금(2777억원)을 조달하며 증시에 입성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등기이사인 원 전무는 지난해 연봉으로 2억원을 받았고, 회사 성장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아 상여금 4억500만원을 수령, 총연봉이 6억500만원에 달했다.

상장 후 조직을 안정화시킨 더블유게임즈는 올해 M&A(인수합병)로 승부를 보기로 결정했다. 원 전무는 김인극 최고전략책임자(CSO)와 함께 신설된 M&A 조직을 진두지휘했고 지난 18일 세계적인 소셜카지노 업체 더블다운 인터렉티브(DDI) 인수로 결실을 맺었다.

DDI가 매물로 나온 것은 지난해 말. 더블유게임즈는 1월 말에서야 DDI가 매물로 나왔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2월에 매각 자문사인 레인그룹(Raine Group)에 입찰 의사를 밝히며 경쟁자보다 한 발 늦게 숨가쁜 실사 일정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가용 현금은 3700억원이었다. 인수 자금으로 필요한 돈은 약 1조원. SI(전략적투자자)로서 DDI 지분 50%를 확보하면서 자금 여력이 있는 FI(재무적투자자)를 찾아야 했다. 삼성증권에서 2925억원의 브릿지론(인수금융)을 조달했고, 남은 3000억원을 감당해줄 PEF를 급히 찾았다.

문제는 국내 PEF의 경우 한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금 제한 때문에 적어도 1조원 이상의 펀드를 찾아야 했다. 게다가 자금 수요가 급했기 때문에 돈을 이미 조달해놓고, 의사결정 즉시 자금을 쏴줄 수 있는 '블라인드 펀드'가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굴지의 PEF 5개 정도만 남게 됐다. 이 가운데 게임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PEF는 스틱과 미래에셋PE 밖에 없었다. 두 회사와 접촉하던 중 스틱이 연 2.5% 이율에 2100억원의 전환사채(CB)와 900억원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라는 파격적 조건을 제안했다. 게임회사에 연 2.5% 이율을 제공한 것과 BW에 대한 콜옵션은 더블유게임즈가 가져가 후일 지분율을 68%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된 것 모두 파격이었다.

더블유게임즈는 이제 DDI 인수로 사업에 날개를 달게 됐다. 오프라인 카지노 없이 카지노 게임만 운용해 글로벌 7위로 성장한 더블유게임즈가 이제 오프라인 슬롯머신 업체인 IGT의 슬롯머신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하게 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소셜 카지노 게임사 대부분이 오프라인 카지노 또는 슬롯머신 제조사인 모회사의 슬롯머신을 모바일에서 활용했는데 더블유게임즈는 슬롯을 자체 개발해왔다.

창업 당시만 해도 넘볼 수 없던 글로벌 기업 DDI를 인수한 더블유게임즈의 목표는 이제 최단 기간 내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서는 것이다.

"우리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매출이 전혀 존재하지 않던 북미 비즈니스에 진출해 맨땅에 헤딩하며 글로벌 톱7 회사를 만들었어요. 이제 미국 시장의 넘버2 기업을 사왔고 이 회사를 또 국내 증시에 상장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DDI 인수를 바탕으로 1등이 되면 성장의 과실을 주주들과 함께할 것을 약속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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