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美 달러화 투자 비중 사상 첫 70% 돌파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7.03.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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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연차보고서]정부채·주식↑, 회사채↓…미국 추가 금리인상 기대 반영

서울 중구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서울 중구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 70% 이상을 달러화 자산에 투자했다. 역대 가장 높은 비중이다. 미국 추가 금리인상 확률이 높아지자 보유한 외화자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30일 한국은행이 펴낸 ‘2016년도 연차보고서’를 보면 지난해말 기준 외화자산 구성에서 달러화 비중은 70.3%로 전년말과 비교해 3.7%포인트 상승했다.



외환보유액 달러화 자산 투자 비중이 7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이 외화자산 통화별 투자 구성비를 공개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직전 최대치는 전년으로 66.6%였다.

지난해말 기준 외환보유액 규모는 3711억달러로 전년대비 31억달러 늘었다. 이를 고려하면 한은이 보유한 달러화 자산 규모는 약 2609억달러로 추정된다.



달러화 투자 비중이 늘면서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기타통화 투자 비중은 29.7%로 낮아졌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기타통화 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렸다. 2007년 64.5%였던 달러화 자산 비중은 점차 낮아져 2012년 57.3%로 처음으로 60% 미만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후부터 달러화 자산 비중을 매년 3% 가량 점진적으로 다시 늘린 것이다.

이는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와 맞물려 있다. 앞서 한은이 달러화 자산을 점진적으로 줄이던 시기는 미국이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해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상황이었다.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도 동시에 양적완화(QE)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경기부양을 도모했다.


2013년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상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자 미국 달러화가 안전 자산으로 다시 주목되는 분위기다.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한은과 마찬가지로 2012년 이후 달러화 자산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외환보유액 美 달러화 투자 비중 사상 첫 70% 돌파
한은은 이 같은 외화자산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이 안정성에 방점을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정 한은 외자운용원 부원장은 “외환보유액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최종 대부자금으로서 역할”이라며 “미국 달러화 자산을 많이 보유한다는 것은 그런 목적에 비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외화자산 투자 상품별 구성도 다소 바뀌었다. 안정성이 높은 정부채 비중을 35.7%에서 36.7%로 1.2%포인트 높이는 대신 회사채 투자 비중을 16.4%에서 14.8%로 1.6%포인트 낮췄다. 정부기관채 비중도 14.8%로 종전보다 1.6%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대신 수익성 확보를 위해 주식 투자 비중을 6.3%에서 7.7%로 높였다.

미국 추가 금리인상시 시장금리가 오르면 보유한 채권가격은 단기적으로 하락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이자율 상승으로 만기 재투자시 일정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직접투자 자산 비중은 80.0%에서 77.3%로 소폭 떨어졌고 위탁자산 비중은 15.5%에서 18.0%로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한은이 한국투자공사(KIC)에 50억달러를 추가로 위탁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금융위기에 준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외화자산 최대손실규모과 유동화 가능 규모를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나리오별 구체적인 손실규모는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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