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결국 기약없이 반쪽 출범하는 케이뱅크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2017.03.29 14:35
글자크기
[기자수첩]결국 기약없이 반쪽 출범하는 케이뱅크


"결국 은산분리 완화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아쉽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상황이 돼서는 안된다." 오는 4월3일 첫 영업을 앞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관계자와 주주사들의 입장이다. 은산분리 완화라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영업을 시작하는 데 대한 부담이 느껴진다.



은산분리 완화는 인터넷은행 생존과 직결된다. 케이뱅크의 초기 자본금 2500억원은 시장에 안착하는 데 부족한 금액이다. 이미 초기 비용으로 반 이상 소진했고 올 한 해 추가 경비예산만 878억원으로 예상된다. 케이뱅크의 올해 목표가 여신 4000억원 규모인 것을 고려할 때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추가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다. 수신만으로 대출상품에 대한 수요를 마련하기 힘든 데다 적극적인 영업을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한다.

현행 은행법에서는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고 최대 보유지분도 10%로 제한된다. 법 테두리 안에서는 케이뱅크의 21개 주주사가 똑같은 비율로 증자해야 하는데 주주사별 사정이 있어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케이뱅크 주주사 한 관계자는 "주주별로 여유자금을 내기 힘든 곳도 있어 같은 비율로 증자하기 힘들다"며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하려는 주주가 있어 그 주식 인수를 추진했는데 주주끼리 견제하는 분위기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에 묶인 은행법 개정안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의 의결권 지분 34~50%를 행사하도록 하는 내용의 관련 특례법안 5개를 심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국내 인터넷은행의 설립과 영업이 은산분리 문제로 진통을 겪는 사이 전 세계 인터넷은행들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일본 전자상거래기업 라쿠텐이 100% 출자한 인터넷은행 라쿠텐뱅크는 연평균 자산성장률이 15% 이상 성장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IT(정보기술)기업 탄센트가 설립한 1호 인터넷은행 위뱅크(Webank)가 개인 소액 신용대출상품으로만 6000만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는 기존 은행이 아니라 IT기업 주도로 은행과 IT를 접목한 새로운 금융플랫폼을 만들자는 것이다. 시작 전부터 규제에 얽매이기보다 감독기구를 통해 정확히 감시해 부작용을 막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