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촛불집회 사료 박물관 간다…'보존가치 있어'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7.03.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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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에서 파생된 태극기 집회, 광화문 캠핑촌, 촛불 집회… 근현대사 한 페이지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기각을 요구하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지난 4일 서울 을지로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박근혜 대통령 탄핵기각을 요구하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지난 4일 서울 을지로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태극기와 촛불이 함께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된다. 촛불 집회를 사료로 수집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전후로 태극기 집회 규모가 커지면서 이 또한 역사적 보존 가치가 있는 근현대 '사료'로 채택됐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지난 4개월여 간 서울 시청 앞 광장 등을 중심으로 벌어진 '태극기 집회' 관련 피켓 등을 수집해 근현대사 자료로 보존·관리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수집한 자료는 수장고에 영구보존되며 오는 6~7월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태극기 집회는 지난해 11월 서울역 광장에서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주도로 시작됐다. 세력이 커진 것은 지난해 12월 9일 국회가 박근혜 탄핵 소추안을 가결하면서다. 이후 태극기 집회는 박사모에서 파생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이하 탄기국)의 주도 하에 서울 시청 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등지에서 매주 개최됐다.

이로써 태극기 집회는 맞불 격인 촛불 집회와 나란히 역사적 기록으로 남게됐다. 앞서 박물관은 제4차 촛불집회부터 관련 피켓 등 집회 도구와 시민이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수집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더불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계기로 설치된 '광화문 캠핑촌'도 국내 예술 검열에 저항하는 예술인 시위라는 첫 근현대 사료가 될 전망이다.

'광화문 캠핑촌'은 지난해 11월 4일부터 올해 3월 25일까지 서울 광화문 광장에 자리했다. 전국 288개 문화예술단체 소속 예술인 7449명이 참여한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박근혜 퇴진 문화예술인 시국선언'을 발표를 시작으로 일부 예술인들과 노동자들이 연대해 광장에 텐트를 설치하고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142일이라는 기간 동안 캠핑촌에서는 무용, 연극, 미술 전시 등을 통한 문화 시위가 이뤄졌다. 올해 1월 7일에는 연극인들이 블랙리스트에 항의하고 연극·극장·예술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광장극장 블랙텐트'를 추가로 설치했다. 블랙텐트 무대에는 400여 명의 예술가가 총 72개의 공연 작품을 올렸으며, 총 3373명의 관객이 이곳을 찾았다.


박물관은 '캠핑촌'이 철거된 이후 시위 구호가 적힌 피켓과 개인용 텐트를 위주로 수집에 나섰다. '예술 검열 창피하다', '빼앗긴 극장, 여기 다시 세우다' 등 시위에 등장했던 다양한 구호들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예술인들이 제작한 대형 조형물을 비롯해 재산적 가치가 있는 전시물은 대부분 제외됐다.

서울역사박물관 관계자는 "최근 들어 현재 진행중인 사건을 근현대 유산의 일환으로 수집하는 작업을 조금씩 진행해왔다"며 "이번 건의 경우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파악돼 사료로 수집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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