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공모까지 실시한 수협은행장 후보자 선정, 이번엔 잘 될까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7.03.30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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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는 '바닷모래 채취'로 수협과 갈등, 기재부는 제식구 챙기기 우려..정부측 행추위원의 선택은?

이원태 수협은행장(왼쪽)과 강명석 수협은행 감사 / 사진제공=수협은행이원태 수협은행장(왼쪽)과 강명석 수협은행 감사 / 사진제공=수협은행


지난해말 수협중앙회에서 주식회사 형태로 분리한 후 처음 Sh수협은행장을 선정하는 과정에 정부측이 '몽니'를 부릴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유없는 딴지 걸기로 수협은행장 선정 과정이 파행으로 치달으면 공적자금 상환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협은행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29일 회의를 열고 재공모에 지원한 11명 가운데 이번에 새로 도전한 이원태 수협은행장 등 7명을 상대로 면접을 실시하기로 했다. 1차 공모에 지원했던 강명석 수협은행 감사 등 4명은 기존 면접으로 갈음하기로 했다. 재공모에 응한 11명 가운데 이 행장을 제외하면 관료 출신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자 중에는 시중은행 출신 부행장도 다수 포함돼 있다.

행추위는 오는 31일 면접을 진행한 뒤 최종 후보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행추위는 이 행장 임기가 다음달 12일 끝나는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행장 후보자를 낸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부측이 몽니를 부릴까 우려하고 있다.



행추위는 송재정 전 한국은행 감사, 임광희 전 해양수산부 국장, 연태훈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정부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3명과 박영일 전 수협중앙회 경제사업 대표와 최판호 전 신한은행 지점장 등 수협중앙회가 추천한 2명 등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측 사외이사는 각각 기획재정부(기재부)와 해양수산부(해수부), 금융위원회가 한 명씩 추천헀다. 수협은행 내부 규정상 행추위는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은행장 후보자를 선정한다.

정부측과 수협중앙회측 어느 한 쪽이라도 반대하면 은행장 후보자를 선정할 수 없는 구조다. 누군가의 딴지 걸기는 곧 수협은행장 후보자를 내지 않겠다는 의미다.

가장 우려스러운 곳은 해수부다. 바닷모래 채취를 둘러싸고 수협중앙회에 상한 감정을 수협은행장 선정 과정에서 풀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어업인 보호에 앞장서야 할 해수부가 바닷모래 채취에 동의하자 전국 어민 대표들과 함께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 때문인지 해수부는 내부 출신 행장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수협중앙회는 내부 출신 행장을 원하고 있다.


기재부와 금융위는 이 행장이 연임에 도전한 만큼 제 식구 챙기기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행정고시 24회 출신인 이 행장은 기재부 세제실에서 잔뼈가 굵었다. 공모에 응한 외부 출신 인사가 무게감이 떨어지면 안정성을 위해 연임에 무게를 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 행장이 연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협은행 노동조합과 수협중앙회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수협은행 노조는 이 행장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연임에 반대하고 있다. 수협은행 노조 관계자는 "박영일 행추위 위원장과 김임권 수협중앙회 회장에게 이 행장의 연임 반대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협중앙회도 관피아(관료 출신 인사)에 반대하는 입장이라 이 행장 연임을 탐탁치 않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의 100% 대주주이기 때문에 수협중앙회가 반대하면 주주총회에서 행장으로 선임될 수 없다.

정부측이 내부 출신 인사를 반대하며 재공모까지 나섰던데는 유일한 내부 출신인 강명석 수협은행 감사에 대한 오해도 한 몫 작용했다. 실제로 은행권에서 30년 이상 몸담아온 한 인사는 "강 감사 경력을 보니 은행장을 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2009년 이후 경력만 보면 강 감사가 은행 경험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 감사는 정통 '뱅커'다. 강 감사는 1986년 수협은행(수협중앙회)에 입사한 후 진주지점장, 마포지점장, 영업지원부장, 신용기획부장, 해양투자금융부장 등 은행 요직을 거쳤다. 1960년생인 강 감사는 2006년 수협중앙회 상임이사로 선임되면서 수협의 첫 '40대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2009년에는 수협은행장 공모에 참여해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최종 후보자로 선정됐으나 수협 총회에서 부결돼 행장이 되진 못했다.

행추위가 재공모에도 은행장 후보자를 선정하지 못하면 수협은행은 새로 출범하자마자 파행이 불가피하다. 시중은행과 경쟁하기 위한 틀을 마련했음에도 경기장에 나서지도 못하고 도태될 수 있다. 2027년까지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을 상환하겠다고 세운 계획도 삐걱거릴 수 있다.

수협은행 안팎에서는 수협은행이 특수성을 벗어던지고 진정으로 새출발하려면 무엇보다 출신과 상관없이 능력을 잣대로 은행장을 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수협의 특수성을 잘 알면서도 시중은행과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는 능력 있는 은행장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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