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샘의 포스트카드] 고마운 바닥

머니투데이 김보일 배문고등학교 국어교사 2017.03.2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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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어찌하다 아이패드를 하나 가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완전 밥도둑, 아니 시간도둑입니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다 날 새는 줄도 모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평소 이런 저런 글을 쓰던 차에 조금은 건조한 느낌의 디지털 그림에 아날로그적 논리나 감성의 글을 덧붙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과 색이 언어의 부축을 받고, 언어가 선과 색의 어시스트를 받는, 글과 그림의 조합이 어떤 상승작용을 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보일샘의 포스트카드’를 보시는 재미가 될 것입니다. 매주 월, 수요일 아침, 보일샘의 디지털 카드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따듯한 기운과 생동감을 얻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구는 사랑을 나누기 알맞은 행성입니다. 

[보일샘의 포스트카드] 고마운 바닥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는 양애경 시인의 시집 제목이다. 중력은 어김없이 나를 끌어다 바닥에 눕힌다. 회식 끝나고 어떻게 집에 왔는지 가늠할 수 없을 지경이었던 어젯밤도 나를 받아준 것은 고맙게도 바닥이었다. 벌레들은 바닥을 박박 기면서 나비의 비상을 꿈꾸지만, 중력을 모르고 날던 나비들도 바닥에 누울 날은 기어코 오고야 만다. 바닥이 없이는 어떤 휴식도 없다. 고마운 바닥!

[보일샘의 포스트카드] 고마운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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