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들에게 2016년에서 2017년으로 이어지는 이번 겨울은 특별했다.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지난해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예술가들은 공분했다. 지난해 11월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88개 문화예술단체 소속 예술가 7449명이 참여한 가운데 시국선언이 이뤄졌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튿날 광장에는 텐트가 세워졌다. 다양한 작가들의 설치작품이 들어왔고 '광장극장 블랙텐트'를 중심으로 공연이 열렸다.
광화문 캠핑촌은 직접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운영됐다. 매일 오전 9시에는 캠핑촌에서 노숙하는 예술인 및 노동자 10여명이 모여 '촌민 회의'를 진행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공개토론회를 통해 더 많은 의견을 모았다. 오후에는 공연을 찾는 관객들을 맞았다. 공연에 참여한 한 연출가는 "더 많은 예술인이 직접 참여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다시 가능할까 싶은 문화예술인간의 연대 경험이었다"고 평했다.
반면 예술인들의 142일이 바쁘게 지날 동안 블랙리스트 관련 기관들은 몇 걸음 못 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 중 유일하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도가 사과문과 후속대책을 발표한 게 고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