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아닌 복면댄서, 선입견 없는 내면대화"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7.03.2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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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P무용단 정기공연…김동규 대표·프랑스 안무가 에릭 롱게 신작으로 꾸며

김동규 LDP무용단 대표의 신작 '룩룩' 작품은 무용수들이 마스크를 쓰고 무대에 오른다. /사진제공=BAKI김동규 LDP무용단 대표의 신작 '룩룩' 작품은 무용수들이 마스크를 쓰고 무대에 오른다. /사진제공=BAKI


꽃무늬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옷을 입은 댄서들이 마스크를 뒤집어쓰고 무대에 오른다. 댄서들의 어떠한 표정도 보이지 않는 상황, 관객 입장에선 누가 누구인지 구분이 어렵다. 대신 각 댄서들의 움직임 그 자체에 오롯이 집중하게 된다. 때론 각자 따로, 때론 군중 속에서 자아를 찾아 헤매는 듯한 몸짓이 이어진다.

리허설이 한창이던 25일 저녁, 서울 서초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습실에서 만난 김동규 LDP무용단 대표(37)는 "자아와 정체성에 대해 되묻는 과정을 표현했다"고 새 작품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25세 때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국제무용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뒤 29세에 한국무용협회 젊은 안무가 창작공연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젊은 나이에 현대무용계에서 두각을 보인 인물이다.
김동규 LDP무용단 대표/ 사진제공=BAKI김동규 LDP무용단 대표/ 사진제공=BAKI
2년 만에 발표하는 그의 신작 '룩 룩'(Look Look)은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LDP무용단의 제17회 정기공연 작품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동문들이 주축이 돼 구성된 LDP무용단은 국내에선 드물게 '팬덤'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현대무용단이다.

반 년 이상의 준비를 거쳐 완성된 이번 작품 "나 다운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나 다운 것'을 표현하는 것은 어떤 모습인지, 또 과연 나다움을 꼭 찾아야 하는 것인지 등 다양한 질문을 통해 근원적인 정체성을 탐구한다. 특히 외모나 행동, 옷과 소지품 등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들을 모두 배제한 상태에서 자아에 대해 고민해보는 기회를 준다.



김 대표는 "댄서들이 마스크를 쓰면서 관객들은 보여지는 겉모습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반대로 댄서들은 표정 등을 의식하지 않고 내면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감성적인 요소를 모두 배제한 단순한 음을 배경으로 이어진다. 화려한 무늬와 색색깔의 옷은 의상인 동시에 정체성을 나타내는 하나의 오브제가 된다.

김 대표는 "'옷' 자체가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도구로 사용되기 때문에 오브제로 활용했다. 입은 것과 벗은 것, 내가 입거나 남이 입을 때 각각 다르기 때문"이라며 "중요한 건 옷 자체보다 자기 자신에 있다. 자기 자신과 대면할 필요가 있다는 걸 나타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작품 '룩 룩'은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현대인들의 삶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진제공=BAKI김 대표의 작품 '룩 룩'은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현대인들의 삶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진제공=BAKI
이번 정기 공연에서는 프랑스 안무가 에릭 롱게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에릭 롱게는 혁신적인 무용단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영국의 DV8 피지컬 씨어터 (Dance and Video 8 Physical Theater) 출신의 안무가다. 이 무용단은 연극과 무용,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넘나드는 협업으로 유명하다.

뉴질랜드 시인 빌 넬슨의 시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작품 ('I was admiring her through a series of precision cut mirrors') 속에선 각 댄서들이 무언가를 욕망하는 존재다. 대사를 읊기도 하고 노래를 하거나 욕을 하는 등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해 보는 재미를 높였다. 배경으로 나오는 유리 세트는 댄서들이 갈망하는 여러 상황이나 공간 역할을 한다. 베이스 피아노를 포함, 케이팝(K-pop) 등 다양한 곡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친숙함을 준다.

김 대표는 "정기공연에 선보이는 두 안무가의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에릭 롱게의 작품이 댄서들의 캐릭터와 움직임, 표정 등에 주목했다면 '룩 룩'은 작품 전체가 주는 느낌과 이미지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색다른 실험과 재미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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