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10년 0.4%…그래도 코스닥에 '올인'하는 개미들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7.03.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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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75>개미가 '주식'하는 대신 '국민연금'드는 게 유리한 이유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프=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프=김현정 디자이너


3월 들어 한국 증시가 뜨겁다. 21일 코스피지수는 2178.38로 상승 마감하며 5년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삼성전자는 한 때 213만원을 돌파해 또 다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현대차는 이날 8.6% 급등해 52주 신고가를 기록했고, SK텔레콤은 22일 2.6% 올라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금 증권가는 올해가 주식의 해가 될 것이라며 한껏 고무돼 있다. 그레이트 로테이션(=대규모 자본이 채권시장에서 빠져나와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시작됐다거나 반도체 슈퍼사이클(=호황)에 접어들었다 등의 말이 나돈 지 이미 오래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이미 7%나 오르며 사상 최고치 경신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 사상 최고치까진 불과 3% 정도만 남겨둔 상태다.



그런데 코스닥시장은 여전히 얼음이다. 코스닥지수는 올 들어 지금까지 4%가량 하락했다. 결국 최근 한국 증시가 뜨겁다는 말도 코스닥시장은 철저히 배제된 채 전적으로 코스피시장에만 국한된 셈이다. 코스닥시장의 상대적 박탈감이 매우 크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23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만 무려 5조4580억원어치를 순수하게 사들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반면 개인은 코스피시장에서 2조5094억원어치를 순수하게 팔고 나갔다. 그리고 코스닥시장에 1조6326억원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결과는 영 신통치 않다.


코스닥 10년 0.4%…그래도 코스닥에 '올인'하는 개미들
코스닥 10년 0.4%…그래도 코스닥에 '올인'하는 개미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올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개미들이 코스피시장을 버리고 코스닥시장에 올인하는 행동은 과거에도 줄곧 반복됐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코스피시장에서 개인은 2007년과 2008년 두 해를 제외하곤 줄곧 순매도로 일관해 총 33조742억원을 회수했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2013년을 빼고 줄곧 순매수를 유지해 총 16조88억원을 투입했다. 이쯤 되면 개미들이 코스닥에 집착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성과는 개미들의 베팅과는 전혀 딴판으로 나왔다. 코스피지수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41.3% 올랐지만 코스닥지수는 겨우 4.2% 오르는데 그쳤다.

연간 수익률로 환산하면 코스피시장은 연 3.5%의 수익률을 거뒀지만, 코스닥시장은 연간 고작 0.4%를 기록했을 뿐이다. 이는 은행 정기예금 이자율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게다가 누적수익률을 살펴보면, 코스피시장은 2008년을 제외하고 줄곧 이익을 냈으나 코스닥시장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손실에 머물렀다. 지난 10년 가운데 7년을 원금을 까먹고 살았던 것이다. 코스닥시장은 2015년에야 간신히 이익으로 전환됐을 뿐이다.

코스닥 10년 0.4%…그래도 코스닥에 '올인'하는 개미들
결국 지난 10년간 개미들은 코스닥시장에 총 16조원을 쏟아 부으며 대거 베팅에 나섰지만 고작 연간 0.4% 수익률을 얻는데 그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꼴이 됐다. 반면 연 3.5% 수익률을 기록한 코스피시장에서는 총 33조원을 빼내 스스로 돈 벌 기회를 걷어 찼다.

이 결과만 놓고 본다면 개미들은 주식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차라리 금리 1%의 은행예금에 저축하는 게 낫다. 1%에도 못 미치는 연 0.4%의 수익률을 얻기 위해 굳이 주식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식투자를 하고 싶다면 코스닥시장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말아야 한다. 대신 코스피시장에서 주구장창 한 우물을 파는 게 현명하다. 코스피지수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41.3%(연 3.5%) 올랐지만, 2004년부터 투자했을 경우 수익률은 150%(연 7.3%)로 크게 향상된다. 이는 코스피시장에 장기간 투자할수록 더 유리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또 다른 대안은 직접 주식투자 하는 대신 국민연금에 가입(추가 불입)하는 것이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은 총 70.9%(연 5.5%)에 달한다. 이는 코스피지수의 41.3%보다 1.7배 가량 높고 코스닥지수의 4.2%와 비교하면 무려 17배나 높다.

더군다나 국민연금은 연도별로 큰 변동성을 보이지 않고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했다. 국민연금은 2007년 이후 단 한차례만 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을 뿐이다.

반면 코스피시장은 모두 세 차례, 코스닥시장은 네 차례나 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을 만큼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매우 컸다. 따라서 주가의 단기간 오르내림이나 투자손실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더더군다나 주식투자 보단 국민연금이 더 적합하다.

최근 뜨거운 증시에 개미들은 여전히 코스닥에 올인하고 있다. 과거에 코스닥에 그렇게 당하고도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하다. 과연 올해는 개미의 바람대로 과거와 다른 결과가 나올까?

아무리 그래도 개미들은 '주식'하느니 차라리 '국민연금' 드는 게 훨씬 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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