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강세장을 외쳤던 한 남자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3.2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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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된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의 박스권 돌파 전망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사진=신영자산운용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사진=신영자산운용


코스피가 2100선을 돌파해 2180선까지 넘보면서 증권가에서는 강세장, 대세상승을 외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1년 전만 해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코스피 2000을 박스권 상단으로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 일관되게, 확신을 가지고 박스권 돌파를 외친 사람이 있었으니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이다.

허 부사장은 지난해 8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2000포인트는 고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수가 조만간 이 박스를 현저하게 벗어나 비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과 8개월 전이지만 아무도 증시를 낙관하지 않았고 거의 10년째 제자리 걸음하던 증시 '비상'을 얘기하지 않았던 때였다.



허 부사장은 고려대 출신답게 뚝심있는 기질을 가지고 있으나 동시에 AB형다운 아웃라이어(주류에서 벗어난 사람)다. 종종 독특한 견해로 상대방을 깜짝 놀라게 하는 허 부사장의 박스권 돌파 전망이 드디어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매년 9월 '명예의 펀드'를 선정하는데 명예의 펀드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최소 두 번의 강세장과 한 번의 약세장을 경험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국내 펀드 대부분이 두 번의 강세장은커녕 한 번의 강세장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고 단명하는 현실에서 허 부사장은 15년째 긴 호흡으로 시장을 정주행하는 '신영마라톤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KG제로인에 따르면 신영마라톤 A클래스의 5년 수익률은 45.19%, 3년 수익률은 20.91%로 시장에서 1등을 한 적은 없지만 꾸준히 코스피와 금리를 이기고 있다.


신영자산운용의 또 다른 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은 2조6924억원이라는 경이로운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밀리지 않는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5년 수익률 60.80%, 3년 수익률 25.67%이며 올 들어 대형주 강세장이 도래한 후에도 삼성전자를 10% 이상 담아 배당주의 상대적 부진 리스크를 헤지했다. 설정액 2조원 넘는 공룡펀드가 이 정도로 장기간 수익률 호조를 나타낸 적은 대한민국 펀드사에 없었다. 신영밸류고배당은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주식시장의 특성상 특정 자산운용사가 늘 수익률이 좋을 수만은 없는데도 신영자산운용의 중장기 독주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2014년을 기점으로 증권가의 다른 가치투자 운용사들의 수익률이 크게 꺾였지만 가치주·배당주·대형주 등 스타일 라인업을 고루 갖춘 신영자산운용만은 수익률 상위를 유지했다. 이는 20년 경력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허 부사장이 수익률 꼴찌를 기록했던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7년 증시에서 경기민감 대형주 주가가 비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3년 전부터 허 부사장은 "돌격 앞으로"를 외쳤다. 이들 주식의 주가가 바닥이기 때문에 미리 사서 길목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주식들을 대거 담고 있는 신영자산운용의 펀드는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 펀드인데, 재작년까지 마이너스였던 이 펀드는 최근 1년 수익률이 9.93%로 돌아섰다.

허 부사장은 지난해 8월 "지수형 상품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코스피 200 종목을 담고 있는 인덱스 펀드나 ETF(상장지수펀드)에 돈을 묻으라는 조언이었다. 경기가 그토록 안 좋았는데도 "주가는 경기가 좋아지기 전에 올라가기 때문에 지수형 상품에 투자해서 길목을 지키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스권이 한창이던 당시 지수형 상품은 돈을 벌 수 있는 펀드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코스피200 지수의 지난해 8월 대비 수익률은 현재 11.4%를 나타내고 있다.

23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4.42포인트(0.20%) 오른 2172.72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77억원 234억원 순매수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장중 2182.42포인트를 기록, 장중 연고점을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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