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화장품매장도 유커발길 '뚝'"…텅 빈 인천 차이나타운

머니투데이 인천=박다해 기자 2017.03.2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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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중국인 사라진 인천 차이나타운…"중국인 보따리장수도 끊겨. 한국 화장품은 수출도 안 돼"

20일 오후 한산한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 거리/ 사진=박다해 기자20일 오후 한산한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 거리/ 사진=박다해 기자


"중국인들도 (여전히) 오긴 와요." "바글바글했던 중국인들이 확실히 줄어든건 맞아요."

지난 주말 인천시 중구 차이나타운에서 만난 몇몇 상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답을 내놓곤 입을 닫았다. 최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중국인 관광객 발걸음이 뚝 끊겼다는 보도를 의식한 듯했다. 차이나타운을 찾는 다른 관광객들의 발걸음마저 끊길까 하는 우려도 비쳤다.



하지만 "원래 우리나라 관광객 비율이 더 높다", "사람들이 평일 오후에는 많이 안 온다"는 설명을 감안하더라도 차이나타운의 거리는 지나치게 한산했다. 대부분의 상점에 손님이 없었다. 줄이 길게 늘어서곤 했던 중국음식점 앞도 공사하는 인부들만이 눈에 띄었다.

차이나타운 안쪽으로 파고들자 조용해진 거리의 속살이 드러났다. 수 십 년 동안 차이나타운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는 주민 A씨는 "평일에도 시장 쪽에는 중국인들이 바글바글했다"며 "(중국인들은) 찜질방에 와서 묵는 경우도 많아 금요일이면 찜질방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찼는데 지금은 한 명도 없다"고 했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한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매장도 텅 비어있긴 마찬가지였다. 매장 관계자는 "중국인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고 지난해 8월 매장을 열었는데 사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11월부터 계속 손님이 줄었다"며 "3월부터는 아예 깃발을 들고 단체관광객을 안내하는 가이드들이 싹 사라졌다"고 했다.

인천항에 정박하는 크루즈 등을 통해 입국한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던 화장품 매장 '휴티크'. 손님 한 명도 없이 텅 비어있다. /사진=박다해 기자인천항에 정박하는 크루즈 등을 통해 입국한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던 화장품 매장 '휴티크'. 손님 한 명도 없이 텅 비어있다. /사진=박다해 기자
인천항에 정박하는 크루즈나 카페리선을 통해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화장품 매장 '휴티크'의 경우 피해가 더욱 심각했다. 인천시와 공동 개발한 화장품 브랜드 '어울'을 판매하는 이 곳은 최근 불어닥친 사드 후폭풍으로 직격타를 맞았다. 월미도점은 아예 임시 휴업을 택했다. 차이나타운 지점도 매장을 찾는 손님이 없다 보니 인천시와 협력해 각 구청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등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휴티크' 관계자는 "크루즈가 한창 들어올 땐 하루에 3000명도 찾았다. 꼭 단체 관광객이 아니라도 개별적으로 찾는 분도 있었는데 이제는 (중국 정부에서) 아예 한국 비자를 안 내주다 보니 손님이 뚝 끊겼다"며 "지점 종업원도 10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5명 뿐"이라고 했다. 또 "베트남, 필리핀 등 다른 나라에서 온다고 해도 마스크팩만 몇 장 사가는 수준"이라며 "화장품을 세트별로 구매해 여행 가방을 가득 채우던 중국인들과 비교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10년 넘게 한국에서 살고 있다는 중국인 종업원 B씨는 "텐진에서 오는 배에 아예 사람이 없다. 보따리 장수도 사라졌다. 컨테이너의 화물들은 그나마 괜찮은데 화장품은 아예 수출도 안된다"며 "액세서리 등만 일부 허용되는 걸로 알고있다"고 했다. 한중 양국을 오가는 배 내부의 한국과자 가게 등도 모두 문을 닫았다고 했다. 배를 타는 손님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B씨는 "한국에서 일하다 보니 이번 사태로 중국 (현지) 친구들에게 원망 섞인 소리도 많이 들었다"며 "두 나라의 정치 문제인데 중간에서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무슨 죄인지 모르겠다. 요즘 정말 곤란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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