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격 금리인상, 외인 변함없는 'BUY KOREA'=2012년 메릴린치는 글로벌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할 거라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을 주장했다. 하지만 채권 강세장이 도래하며 전망이 크게 틀리는 굴욕을 겪었다. 이후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금리인상과 그에 따른 대전환을 이야기하길 조심스러워했다.
연준은 2004년 6월부터 약 2년간 정책금리를 1%에서 5.25%까지 인상했다. 같은 기간 미국 GDP(국내총생산)는 3~5%대의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선진국 채권형 펀드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글로벌 주식형 펀드와 신흥시장 채권형 펀드로 들어갔다. 금리인상기 초반에는 불확실성에 글로벌 주식시장이 출렁이기도 했으나 수개월 후에는 경기회복 가시화로 주가 급등이 시작됐다.
코스피는 2004년 미국 금리 인상 충격을 버텨낸 뒤 2005년 54%의 기록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한미 금리차 역전으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거라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순매수가 주식시장을 견인했고, 대세상승장은 2007년까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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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한국법인 리서치헤드는 "금리인상은 경기가 좋다는 것을 반증하는 신호"라며 "특히 역대 강세장은 금리인상과 동행하는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금융장세에서 실적장세로=한국 주식시장은 '교과서적인' 실적 장세 초입에 진입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사계절을 정의한 일본 증시분석가 우라가미 구니오의 정의에 딱 들어맞는 시장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실적 장세에서는 기업들이 시황 회복에도 설비투자를 늘리는 걸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반도체 업종이 최근 반도체 대호황에도 설비투자 확대를 조심스러워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실적 장세 초입의 대장주는 소재 업종으로, 지금 한국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철강, 화학 등이 소재업종에 해당된다.
한국 증시에서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계속된 대세상승장이 실적 장세였다. 경기 회복으로 금리가 오르고, 금리 상승률을 웃도는 기업의 실적 증가가 주식시장을 견인하게 된다.
이날 장 초반 2150선을 가볍게 돌파했던 코스피는 상승 폭이 축소돼 마감했다. 자금력이 부족한 국내 기관이 주도주를 사기 위해 다른 종목을 매도한 영향이 컸다. 2005년처럼 대세상승장이 나타나려면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시장을 견인해야 하는데 아직은 국내 기관의 자금 수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한국 증시는 전형적인 경기회복 싸이클에서 실적 장세에 접어들었다"며 "다만 기관투자자의 자금 여력이 제한적이어서 지수 상승 폭이 제한될 수 있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