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에 배당까지...외인 韓증시 돈잔치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7.03.1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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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보유 시총 사상 최대...강세장 자본이득에 코스피 배당금 37%도 가져가

차익에 배당까지...외인 韓증시 돈잔치


외국인 보유 한국주식 시가총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의 과실을 고스란히 가져갈 거란 우려가 높아졌다. 개인 투자자의 증시 이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외국인만의 한국 증시 '돈잔치'가 예고되고 있다.



전일 기준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시총은 517조323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33%에 해당되는 규모다.

15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0.78포인트(0.04%) 내린 2133.00에 마감했다. 연고점 경신에 따른 기관의 차익실현 순매도가 2599억원 쏟아지며 약보합세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8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며 1202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82,400원 ▲1,600 +1.98%)는 전일대비 2000원(0.10%) 오른 207만원에 마감, 종가 기준 신고가를 사흘 연속 경신했다.

◇외국인, 자본차익에 배당까지 '짭짤'=2016년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는 15조9893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은 10조6848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 펀드 자금을 운용하는 투신도 8조3069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개인이 판 주식을 외국인이 매수하는 흐름이 지속됐던 것이다.

외국인의 보유 주식 시가총액이 사상 최대치에 달하며 국내 대표 상장사들의 외국인 지분율도 급증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가운데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50% 넘고 NAVER와 신한지주, POSCO의 지분율은 60%를 상회한다. SK하이닉스와 현대차,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지분율도 50%에 육박하는 등 초대형주의 외국인 주주 지분율이 확대되는 추세다.


외국인의 대형주 매수가 계속되면서 외국인들은 코스피 수익률보다 높은 투자 성과를 누리고 있다. 주로 ETF(상장지수펀드)나 인덱스 펀드 형태로 한국 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이 추종하는 지수인 MSCI KOREA 지수는 2016년 이후 연초대비 18.1% 급등해,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 8.8%를 9.3%포인트 상회했다.

자본차익 뿐 아니라 외국인이 받게 될 배당금도 급증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4일까지 공시된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상장사 1010곳의 배당금을 집계한 결과 총 배당금은 22조1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외국인 주주의 몫은 8조2300억원으로 전체의 37%에 이른다. 외국인의 배당금 수령 비율은 2011년 34.9%였으나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박스권 트레이딩 깨졌다…개미 망연자실=2011년 이후 코스피가 1800에서 2100의 박스권을 오가며 '박스권 트레이딩'에 익숙해졌던 국내 투자자들은 2017년 장세에서 뒤통수를 맞았다. 2050~2100 사이에 주식을 매도하거나 펀드를 환매한 뒤 조정이 오길 기다렸는데 이번에는 조정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주식과 펀드를 일찍 매도한 투자자들은 당황하고 있지만 지수가 2100선 위에 머물러 섣불리 신규 투자를 단행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기관 투자자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아 지금이라도 주식을 사야할지, 아니면 현 지수대에서 차익실현을 해야할지 우왕좌왕하고 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장기간 형성된 단기 투자 관행 때문에 2000~2100대에서 펀드를 환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식 시장을 떠날 투자자라면 상관 없겠지만 주식이나 펀드를 다시 투자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섣불리 주식을 매도하기보다는 신중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개인의 주식 매도가 계속될 경우 강세장이 와도 주식시장의 경기부양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세장으로 인한 자본이득을 외국인과 일부 장기투자 기관만 향유하고 개인은 조기 매도·환매로 주가상승의 이득을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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