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검은 수요일' 시나리오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7.03.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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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74>3대 중요 사건 3월 15일 동시 발생…증시 핵폭탄 가능성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역사적으로 주식시장엔 유독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로 불린 증시폭락이 많았다.

대표적인 게 1987년 10월 19일에 일어난 미국 증시 대폭락 사건이다. 이날 하루에만 다우지수는 무려 22.6%나 폭락했다. 하루 하락률로 최대치였고, 아직까지 그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하루 낙폭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던 2008년 9월 29일도 월요일이었다. 이날 다우지수는 777.68포인트 주저앉았다.



하락률과 하락폭에서 최대치를 기록한 날이 공교롭게도 모두 월요일이었다. 뿐만 아니다. 다우지수 역대 낙폭 상위 10위 안에 블랙 먼데이가 무려 6번이나 들어 있다.

이처럼 월요일과 증시는 서로 악연 중의 악연이다.



그런데 다음 주 3월 15일이 ‘검은 수요일’(Black Wednesday)이 될 수 있다는 불길한 예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역사적으로 검은 수요일은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1992년 9월 16일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George Soros)가 영국의 파운드화 투매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영국이 백기를 들고 유럽환율메커니즘(ERM)을 탈퇴한 사건 정도이다. 그리고 미국 뉴욕증시에서 하루 낙폭이 두 번째로 컸던 증시폭락도 2008년 10월 15일 수요일에 일어났다.

2017년 3월 15일을 검은 수요일로 예측하는 사람들은 그날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중대한 3가지 사건이 동시에 겹친다는 데 주목한다. 그래서 그날 이후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을 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심지어 증시가 20%이상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1.미국 부채한도(debt ceiling) 유예기간 종료
2015년 10월 오바마 정부가 미 의회와 합의한 연방정부 부채한도의 한시적 유예기간이 3월 15일로 종료된다. 이에 스티븐 므누신(Steven Mnuchin) 미 재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의회에 서한을 보내 부채한도를 증액해달라고 요청했다.

공화당이 다수인 미 의회는 과거 오바마 정부 하에서 재정적자 감소 없는 부채한도 증액에 강하게 반대해온 터라 트럼프 정부에서 부채한도 증액을 쉽사리 타협할 수 없을 거란 의견이 높다.

미 의회는 2011년 부채한도 증액을 놓고 오바마 정부와 팽팽히 맞서다 8월 국가신용등급이 AAA에서 AA+로 강등되는 막장드라마가 연출됐다. 2013년 3월엔 타협에 실패해 정부예산이 자동으로 삭감되는 조치인 '시퀘스터'(sequester)가 발동됐고, 10월엔 16일간 연방정부가 ‘셧다운(일부 업무정지)’되는 사태가 초래되기도 했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 백악관 행정관리예산국(OMB) 국장을 지낸 데이빗 스톡맨(David Stockman)은 “3월 15일 이후 부채한도 증액을 합의하지 못하면 연방정부는 올 여름 쯤엔 현금이 떨어져 각종 비용, 국채 이자를 지급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스톡맨은 부채한도 문제가 트럼프가 추진하는 오바마케어 폐지, 감세 추진,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2.미국 3월 금리 인상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올해 첫 금리 인상 여부가 3월 15일에 결정된다. 시장에서는 당초 올해 첫 금리 인상이 6월쯤에야 가능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FRB 내부에서 조기 금리 인상론이 확산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현재 재닛 옐런(Janet Yellen) 의장을 비롯한 FRB 주요 인사들은 3월 금리 인상이 ‘적절’(appropriate)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미 금리선물시장에서 본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이제 90%까지 높아져 시장에서는 3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로써 시장에서는 3월 금리 인상으로 올해 금리 인상 횟수가 최대 4번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올해 금리를 단 한 차례만 올려도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거시경제 컨설팅업체 스리쿠마르 글로벌스트래티지스(Sri-Kumar Global Strategies)의 코말 스리쿠마르(Komal Sri-Kumar) 대표는 “3월 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를 부추겨 유럽과 중국 내 자본이탈을 촉발하고 나아가 미국 경제에 충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톡맨은 “3월 금리 인상으로 금·은 등의 상품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며 3월 금리 인상은 부채한도 유예 종료와 맞물려 증시폭락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불길한 전망을 내놓았다.

3.네덜란드 총선
지금 유럽 전역을 휩쓰는 포퓰리즘 바람의 첫 시험대가 될 네덜란드 총선이 3월 15일에 개최된다. 네덜란드의 총선은 4월에 열리는 프랑스 대선, 9월의 독일 총선의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현재 반(反)이민, 반(反)이슬람을 주장하며 유럽연합(EU) 탈퇴를 내세운 자유당(PVV)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네덜란드의 트럼프'로 불리며 지지층을 넓히고 있다. 선거에서 자유당(PVV)이 돌풍을 일으킬 경우 지난해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에 이어 네덜란드의 EU 탈퇴(넥시트)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이럴 경우 여타 유럽국가들의 유럽연합 탈퇴 도미노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네덜란드 총선은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난해 6월 예상 밖으로 브렉시트 찬성 투표결과가 나오자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증시는 급락했고 영국의 파운드화는 폭락했다. 글로벌신용평가회사인 S&P는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단번에 두 단계나 강등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집권당인 중도우파 자유민주당(VVD)과 극우정당인 자유당(PVV)이 거의 비슷한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 안드레 크로웰(Andre Krouwel) VU대학-암스테르담의 정치학과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유권자의 약 40%가 부동표로 보인다"며 정세가 어떻게 바뀔지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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