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선 올라탄 무모한 개미들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17.02.06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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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 한진해운 회생절차 폐지 공시 당일에도 20억 순매수

좌초선 올라탄 무모한 개미들


한진해운 파산절차 돌입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 가운데 투자위험종목과 테마주 투자에 대한 위험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진해운 (12원 ▼26 -68.4%)은 지난달 6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직후 상한가를 기록, 같은달 13일 투자위험종목 꼬리표를 단 이후에는 오히려 거래량이 직전 거래일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거래소가 투자 위험을 지속적으로 경고했지만 일확천금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성 투자가 더욱 거세진 셈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달동안 한진해운 투자자 비중의 약 99%가 개인투자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해운이 회생절차 폐지결정 공시를 낸 지난 2일 개인투자자 순매수 금액은 20억원에 달했다. 같은기간 기관과 외국인 거래량은 0%대인 것과 비교하면 개인투자자들이 파산 직전 기업에 대해 비정상적인 투자 성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이 '투자위험' 꼬리표를 단 기업에 베팅하는 이유는 고위험을 감수하고도 낮은 확률에 기대 큰 수익을 올리려는 심리 때문이다. 이는 지난달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STX중공업에 거래량이 몰렸던 현상과 유사하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2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개인투자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낸 지엔코, 성문전자, 씨씨에스 등 '반기문 테마주'와도 맥을 같이한다.

특히 반기문 테마주가 줄줄이 하한가를 기록하는 동안 황교안 테마주로 꼽히는 인터엠 (1,270원 ▼16 -1.24%), 뉴인텍 (765원 ▼14 -1.80%), 인포뱅크 (9,100원 ▼180 -1.94%) 등에도 여전히 거래량이 몰렸다. 인터엠은 지난 3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정치 테마주는 대표적인 '투기성 투자'로 꼽힌다. 기업의 펀더멘털과는 무관하게 화제성 이슈로 주가가 급등하는 틈을 타 차익실현을 하려는 투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9~11월 동안 '대선 테마주'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비중은 전체 거래량의 97%에 달했고, 이들은 계좌당 평균 191만원의 손실을 봤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년 간 지속된 박스권 장세 탓에 고위험을 감수한 '단타 투자'에 관심이 쏠린 것이라고 분석한다. 주식 투자로는 예금 수익률을 넘는 수익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투자문화가 변질된다는 설명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이번 한진해운 사태는 요즘 유행하는 정치테마주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또'를 사는 심정으로 투자선택을 하지만 당장 내일 주가가 오르냐 마냐에 올인하는 방식은 결국 개인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투기가 몰리는 종목에 대해 거래 금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시장 자유를 침해하는 규제보다는 유연한 거래 방식이 논의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황 실장은 "투자결정을 내리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영역인 만큼 해당 종목이 위험하다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면서도 "20, 30분에 한번씩 동시호가를 정해 거래를 하는 등 거래방식을 유연하게 바꿔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거래소가 지정한 투자경고종목은 STX중공업 (13,800원 ▼190 -1.36%)서산 (1,432원 ▼1 -0.07%), 세기상사 (8,500원 ▲500 +6.25%) 등 코넥스 상장 종목을 포함해 9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테마주 중심의 현 투자문화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기업 펀더멘털에 집중한 장기투자로 투자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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