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만4000명 뽑은 삼성… 올해 채용은 '물음표'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2017.02.0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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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급 기준 3월 중순 채용일정 시작, 5월 말 마무리…삼성 "아직 결정된 바 없어"

작년 1만4000명 뽑은 삼성… 올해 채용은 '물음표'


삼성의 올해 채용계획이 감감무소식이다. 삼성전자 (75,500원 ▼600 -0.79%)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9조2200억원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그룹을 둘러싼 대외 환경이 여의치 않은 탓에 채용시기는 물론, 규모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의 채용계획이 없거나 채용규모 축소가 현실화될 경우 기업 전반에 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작년 10%에 육박한 청년 실업률이 올해는 얼마나 더 오를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31일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그동안 통상적으로 대졸(3급)과 전문대졸(4급), 고졸(5급) 등 상·하반기(신입사원·경력직)를 통틀어 1만4000여명(추정치)을 뽑아왔다.

예년대로라면 3급 신입사원은 당장 3월 중순부터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5월 말에는 합격자 발표까지 모든 채용일정이 마무리된다. 하반기(9월)는 상반기보다 다소 많은 3급을 뽑는다.



삼성은 2015년 10월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나머지 화학계열사를 롯데그룹에 매각할 당시와 지난해 3조원 중반대의 기회손실 비용이 발생한 사상 초유의 글로벌 악재인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 때에도 기존 채용규모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여태껏 삼성그룹의 상반기 채용과 관련된 이렇다 할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삼성이 최악의 경우 상반기 채용 자체를 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대학가 일부에서는 이른바 '삼성 고시'(삼성직무적성검사, GSAT·Global Samsung Aptitude Test) 대신 다른 기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도 적지 않게 보이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이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인해 매년 12월 초에 이뤄지던 사장단·임원 인사가 미뤄지다 보니 각 계열사별로 올 한해 사업에 필요한 인력에 대한 수요나 배치규모 등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일단 채용과 관련해 특별히 나온 이야기가 없다"며 "현재 전반적인 분위기가 채용까지 신경을 쓰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상반기 채용을 아예 건너뛰거나 규모를 축소할 경우 다른 대기업도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결국 청년 고용시장에 차원이 다른 한파가 불어 닥치면서 올해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흘러나오는 형국이다. 작년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8%로,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삼성의 언급이 없다고 해서 채용을 거르거나 축소로 받아들이는 것은 성급하다는 시각도 있다. SK그룹은 지난달 26일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8200명(16개 주력 관계사)에 달하는 올해 신규 채용계획을 전격 발표한 바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나 고용계획을 결정할 총수들이 줄줄이 특검 수사 선상에 오르는 등 대외 환경이 여의치 않지만, 일부는 SK그룹처럼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갈 가능성도 있다"며 "삼성은 채용규모를 크게 확대하지는 않더라도 예년 수준은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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