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가 2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개최한 '2017 재경관 좌담회'에 참석한 재경관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재훈 주 영국대사관 재경관, 강승준 주 상하이총영사관 재경관, 김윤상 주 미합중국 대사관 재경관, 정병식 주 일본대사관 재경관, 김성욱 주 뉴욕총영사관 재경관/사진=임성균 기자
2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2017 재경관 좌담회'에 참석한 재경관들이 주재국 현황과 한국경제의 미래에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김성욱 주 뉴욕총영사관 재경관/사진=임성균 기자
▶정병식 주 일본대사관 재경관=미국의 TPP 탈퇴로 일본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대안으로 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가 언급된다. 다자간 협상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나라가 없는 가운데 앞으로 아베 정부가 RCEP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일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가능성도 지적된다. 아직 일본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중국의 부상을 견제해야 하는 일본 입장에서 미국과의 공조는 필수적이다. 이미 일본은 TPP를 염두에 두고 농업개혁과 쌀 개방 등 필요한 규제 개혁과 시장 개방을 했다. FTA를 맺어 농산물 시장을 내주되, 자동차 시장을 노릴 수 있다.
▶강승준 주 상하이총영사관 재경관=중국은 당초 안보 동맹 관계가 느슨해질 것이라는 기대로 트럼프 당선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보호주의 무역, 미국의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 등 중국 견제 정책이 구체화되면서 경제적 위협을 느끼고 있다. 그렇지만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일자리 창
김재훈 주 영국대사관 재경관/사진=임성균 기자
▶김재훈 주 영국대사관 재경관=트럼프에 대한 영국의 입장은 우려에서 우호로 바뀌고 있다. 브렉시트를 추진하는 영국 입장에서는 EU 탈퇴 후 다른 나라, 특히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을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줄 맨 앞'에 서게 해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상당히 좋은 기회다. 반면 유럽의 입장에서 보면 분리주의를 강력하게 옹호하는 트럼프로 인해 EU의 결합력에 문제가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
-현지에서 바라보는 각국의 경제 상황은 어떠한가. 또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정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성욱 주 뉴욕총영사관 재경관=미국은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경제 확장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월가에서는 2017년에는 민간소비의 회복속도가 다소 둔화되나 개선된 기업 실적과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나 규제완화 정책에 힘입어 설비투자가 성장할 것으로 예상, 2~3%의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다.
김윤상 주 미합중국 대사관 재경관/사진=임성균 기자
▶정병식 주 일본대사관 재정관=일본은 재정확대, 금융완화 등 아베노믹스 기조를 지속해 주식, 환율 등 지표가 굉장히 좋아졌다. 다만 소비가 확대되고 투자가 활성화되는 선순환구조로 이어지지 않아 고민이 많다. 아베노믹스의 세가지 화살 중 재정정책, 금융정책에 이어 세번째가 성장 전략 추진인데,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 기반을 확실히 할 수 있는 구조적 틀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안정성, 리더십이 필요한데 이를 아베 총리는 갖추고 있고, 실제로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콘텐츠 문화상품을 수출하는 '쿨재팬'을 강조하고 있다. 올림픽 폐회식 때 아베 총리가 슈퍼마리오 복장을 한 채 등장한 것이 대표적 예이다.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된다. 기본적으로 소비가 없는 상황에서 외국 관광객들이 대신 소비를 해준다. 일본은 쿨 재팬의 성공으로 관광객 규모 연 40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실 원래 한류를 벤치마킹한 정책인데 우리는 최근 사태 때문에 문화융성이 홀대 받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 우리도 한류 통해 세계 진출하는 정책 계속해야 한다.
▶강승준 주 상하이총영사관 재정관=작년 중국 성장률 6.5%는 민간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부동산이 끌어올린 영향이 컸다. 내년 성장률 6.5%를 달성에 위험요인이 부동산이다. 작년 국경절즈음 버블 가능성에 대비해 부동산 규제조치가 발표됐다. 그 결과 올해는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8조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그림자 금융도 리스크 요인이다. 높은 기업부채도 향후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등 하방 위험이라 본다. 중국 당국도 과잉 생산을 줄이고 수요가 뒷받침 되는 공급측 개혁을 하겠다고 나서며 리스크에 적극 대처하려 하고 있다.
▶김재훈 주 영국대사관 재정관=지난 17일 테리사 메이 총리 연설 이후 하드 브렉시트 우려는 이제 깨끗하게 EU를 떠나겠다는 '클린 브렉시트'로 바뀌었다. 지켜봐야 할 점은 메이 총리가 발표할 때 "EU와의 최종 협상 결과는 발동 전 미리 의회에 공표하고 승인을 받겠다"며 절차적 측면에 대해 확실한 약속을 했다는 점이다. 이 약속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하드 브렉시트로 인한 두려움은 사라졌다는 게 현지의 평가다.
-트럼프의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대한 자세는 어떠한가. 미국은 올해 금리를 어떻게 가져갈 것으로 보나.
▶김성욱 주 뉴욕총영사관 재경관=시장에서 가장 관심있게 보고 있는 것은 2자리 공석이 된 연준 이사 자리에 누구를 앉힐거냐 하는 문제다. 그간 트럼프 후보가 옐런 의장이 친민주당 정부 위해 과도하게 완화 기조를 택했다고 공개적 언급을 많이 했기 때문에 새로 오는 사람들은 나름 매파적인(hawkish) 사람 또는 준칙에 입각한 통화정책을 하는 사람이 올 것이다. 하지만 올해 지역 연준에서 투표권 가진 4명은 비둘기적인(dovish)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연준의 성향은 크게 변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올해 금리 인상이 3번 정도 가능하다는 예측이 나왔다. 그럼에도 주요 IB(투자은행)들은 금리 전망을 바꾸지 않고 2번 정도의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기존의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강승준 주 상하이총영사관 재경관/사진=임성균 기자
▶강승준 주 상하이총영사관 재경관=지난해 10월 중국이 단체 관광, 저가 관광 상품에 대한 규제 지침을 발표하면서 일부 줄어들었다. 하지만 대신 개인 여행객을 뜻하는 FIT(Free Independent Tour) 비중이 계속 늘고 있다. 관광 산업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사드 배치 문제로 관광 산업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이 취하는 조치가 직접 제재 조치라 볼 수 있는 증거가 분명치 않아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중국은 최근 주먹구구식으로 하던 모든 일을 지침화하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탓에 통관규정, 위생검사가 강화된 측면이 있다. 또, 중국은 '인사이드 차이나'를 강조해 자국 산업을 엄청나게 보호한다. 자국 산업이 경쟁력 갖추기 전까지는 시장을 개방 하지만 자국 산업이 크면 내보낸다. 최근 화장품 시장에서 한류 열풍이 불면서 중국 당국이 긴장하던 차에 마침 사드가 명분을 준 것이다. 따라서 사드 문제가 없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지금까지 각국 상황을 들어봤는데 이러한 리스크속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기회를 찾아야 하나.
▶김윤상 주 미합중국 대사관 재경관=첫째, 앞으로 한·미 FTA 재협상 등 공격적인 통상정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미 FTA의 효과를 미국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침 오는 3월이 한·미 FTA 발효 5주년이다.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첫 단추다. 두번째는, 미국 향후 10년간 5500억불 인프라 투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 연기금이나 투자공사가 특수목적 법인을 통해 재무적 투자자로 들어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으로부터 셰일가스나 셰일오일 등 에너지와 원자재를 적극적으로 수입해야한다.
▶김성욱 주 뉴욕총영사관 재경관=우리 국민과 언론은 대외 불확실성에 어떻게 단기적으로 대응할 것이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진다. 그런데 월가 투자자들과 만나보면 그들이 한국의 숙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구조개혁이다. 4차 산업혁명 등 산업 부분의 구조조정, 우리 노동 시장의 경직성 문제 해결, 심지어는 교육개혁에 대해서도 물어본다. 최근의 정치적 불안감과 맞물려 장기적 구조개혁을 이끌 새 정부가 들어올 수 있을지에 더 관심이 많다. 외국 사람들은 구조개혁이 우리의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한다.
정병식 주 일본대사관 재경관/사진=임성균 기자
▶강승준 주 상하이총영사관 재경관=우리 중국 수출 중 4%가 소비재, 나머지 90%는 중간재·자본재다. 소비재 부분은 꾸준히 중국 소비시장의 성장으로 2020년 15조달러 규모 성장이 예상되며 우리 기업에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중국 내수 시장을 뚫기가 어렵다. 중국쪽과 같이 지분투자, 합작 회사를 설립하는 등 내수 시장을 진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중간재·자본재는 최근 중국이 자국산업 육성책인 '제조업 2025' 발표 하며 신성장 지원을 언급해 어려움에 처했다. 중국 기술이 상당 부분 따라왔고 더이상 우리 기술이 그들에게 도움 되지 않는 수준에 왔다. 이제 자국 기업이 다 컸으니 우리 기업을 내수시장에서 밀어내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런 과정에서 계속 마찰이 생긴다. 따라서 앞으로 소재·부품 부분에서 핵심 기술 보유해야 한다. 다만 중국은 일대일로,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등 큰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싶어한다. 함께 할 누군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축적된 경험을 생각하면 우리가 확실히 우위에 있다. 기회만 되면 뚫고 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김재훈 주 영국대사관 재경관=브렉시트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지금까지는 주로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영국과 교역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오히려 브렉시트는 우리에게 호기이고 한국은 영국에게 버릴 수없는 카드다. FTA 협상 해야 할 5대 나라에 한국이 들어있다. 전에 비해서 한국에 대한 관심과 태도가 좋다. EU 탈퇴로 영국에 들어오는 이민자가 줄어들면 빈 노동력을 채워야 한다. 우리에겐 기회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