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정치 테마주' 미래산업의 추억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2017.01.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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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2012년 9월.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석 달여 앞둔 당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유력한 야권후보였다. 안 전 대표는 우리나라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지도자상으로 떠오르며 큰 인기를 얻었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도 ‘안철수 테마주’(안철수주) 찾기에 혈안이었다. 이때 대표적인 안철수주로 관심을 모았던 곳이 ‘미래산업’이었다.

미래산업은 ‘벤처대부’로 불리는 정문술 전 회장이 1983년 설립한 우리나라 1세대 반도체 장비기업이다. 이 회사는 안 전 대표가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정문술 석좌교수’로 재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철수주로 분류됐다. 미래산업은 2012년 1월 27일 261원에 불과했던 주가가 안철수주로 부각되면서 같은 해 9월 13일에 2075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악재가 있었다. 미래산업 최대주주인 정 전 회장이 52주 최고가를 기록한 이튿날인 14일 보유주식 2254만6692주(지분율 7.49%) 전량을 장내 매각한 것. 정 전 회장이 주식을 전량 처분한 후 주가는 급락세로 돌변했고 같은 달 20일에는 1005원에 장을 마감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주가가 반토막이 난 셈이다.

정 전 회장은 당시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약 400억원이라는 거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반면 일확천금을 노리고 안철수주에 베팅했던 상당 수 주식투자자들은 이후 눈물을 머금고 손절매해야만 했다.



#2017년 1월. 예상치 못한 ‘탄핵정국’으로 제19대 대선이 올 연말에서 상반기 중으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증권가에선 ‘반기문주’, ‘문재인주’, ‘이재명주’ 등 유력 대선후보들의 이름이 붙은 정치 테마주가 등장했다.

정치 테마주에 얽힌 해프닝도 적지 않다. 동국알앤에스는 본사가 봉하마을 인근에 있다는 이유로 한때 문제인주로 분류됐다. 하지만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사돈관계인 유원석 변호사가 이 회사의 모회사(동국산업) 고문이었다는 이유로 이후에 반기문주로 뒤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파인디앤씨의 경우 이 회사에 투자한 업체 대표이사인 반기로씨가 반 전 총장과 친척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한때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수년째 이어지는 지루한 박스권 장세에 지친 주식투자자들이 또다시 정치 테마주에 몰리고 있다. 하지만 미래산업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단기차익을 노린 정치 테마주 투자손실은 결국 주식투자자 본인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게 된다.


실제 한국거래소에서 지난해 9∼11월 정치 테마주 16개 종목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평균 주가는 최고가와 비교해 약 35% 하락했다. 16개 종목 주가는 전체 지수 하락폭과 비교해 최저 6.5%에서 최고 44.6%나 더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 테마주 투자 계좌 중 손실을 본 계좌 비중은 72%에 달했다.

정치 테마주는 ‘개미투자자들의 무덤’이라는 말이 있다. 탄핵정국으로 인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정치 테마주. 주식투자자들이 근거 없는 루머에 부화뇌동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보세]'정치 테마주' 미래산업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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