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없는 삼성?'..흔들리는 '글로벌 삼성'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17.01.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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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거래선·투자자 '패닉'..4거래일째 삼성전자 순매도, 글로벌 이미지·네트워크 훼손 우려 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16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16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될 위기를 맞았다는 소식에 삼성의 해외 거래선 및 투자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오너'의 신상 변동에 예민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쏟아지는 문의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IR, 홍보 등 대외업무 담당 부서들을 중심으로 해외 기관투자자 및 미디어들을 대상으로 상황 설명 및 기업 입장 등을 전달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해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첨단기술 기업은 천문학적 규모의 선제적 투자 및 주요 사안에 대한 과감한 결정이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상황을 주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부회장 구속영장 신청 소식이 전해진 16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78,100원 ▼1,500 -1.88%)를 10만주 이상 순매도하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외국인들은 이 부회장이 특검에 소환 조사를 받은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특검 소환 조사를 받은) 지난주부터 해외로부터 많은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밖에서는 예상보다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 '공백'의 여파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17'에서도 감지됐다. 지난 4~6일 CES 현장에서 열린 '노무라 CES 컨퍼런스'에 참석한 글로벌 투자자들은 당초 CES 현장 방문이 예정됐던 이 부회장의 불참 소식에 상당한 실망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지난해 12월 중순 이 부회장의 출국을 금지시키고 발을 묶었다.


18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이 부회장은 앞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펼치는데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삼성은 미국 등 주요국에서 '해외부패방지법'(FCPA)이 적용돼 신규 사업에서 배제되고 징벌적 벌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

삼성이 가장 우려하는 것 중 하나는 글로벌 무대에서의 '이미지 훼손'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삼성이란 거대 기업 역시 '부패' 이미지에서 한동안 벗어나기 어렵게 될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그동안 쌓아왔던 글로벌 네트워크 또한 빛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지주회사인 엑소르(Exor)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등 글로벌 비즈니스 무대에서 발을 넓혀왔다. 현재 15명의 이사진 중 유일한 동양인인 이 부회장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매년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하며 열의를 보여왔다. 그러나 올해 초 열릴 예정인 이사회에는 참석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엑소르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이사회 중심 경영 등 자신만의 경영 철학을 다져왔다. 삼성전자 이사회 개혁을 선언하며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글로벌 기업의 CEO 출신의 사외이사를 1명 이상 선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해 9월 엑소르는 임시 주총을 열고 이탈리아에 있는 본사를 네덜란드로 이전키로 결의했다. 이탈리아 본사를 네덜란드 지주사에 흡수 합병하는 방식을 통한 이전이다. 주주의 약 85%가 이를 찬성했다.

엑소르를 이끄는 '아그넬리' 가문은 이탈리아의 '로열 패밀리'로 불리지만, 노동 유연성이 떨어지고 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심한 이탈리아를 떠나는 결단을 내렸다. 엑소르가 이탈리아에 남겨둔 것은 프로축구단 유벤투스 FC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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