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100원에 '장기임대(?)'한 마트 카트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7.01.18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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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우보세]100원에 '장기임대(?)'한 마트 카트


"아파트 복도에까지 마트 카트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사고 위험도 있어요. 카트를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벌해 주세요."



법제처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법제처 홈페이지(http://www.moleg.go.kr/child)에 지난해 한 어린이 법제관이 제안한 법안의 내용이다. "그런 사람이 정말 있을까?"는 반응도 나오지만 마트 카트를 끌고 집까지 가는 경우가 희귀한 일은 아니다.

최근 서울시 강남구 A아파트, 길 한쪽에 대형마트 카트 2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모양을 보니 길 건너 마트에서 갖고 온 것으로 보인다. B아파트에선 엘리베이터 앞 복도에서 카트가 발견됐다.



100원 또는 500원의 예치금을 받는 카트, 이들은 얼마나 넓은 곳을 굴러다닐까.

마트 주변에 아파트가 많다면 '가출'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주변 길이 하필 평지라면 그 확률이 더 올라간다. 매끈한 마트 바닥에 비하면 울퉁불퉁한 아스팔트 길은 험난하지만 그래도 가출자는 생긴다. ㄱ마트의 카트는 밖으로 나가더라도 하루면 '집'으로 돌아온다. 매일같이 '식구'들이 찾으러 다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8~9대가 집을 다시 찾는다. ㄴ마트는 밖에 나가면 돌아오는 시간이 좀 길다. 이곳은 일주일에 2~3회 식구들이 카트를 찾으러 다닌다. 어떤 카트는 식구를 만나도 돌아가지 못한다. 몸 안에 무거운 짐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원래 목적이 아닌 쓰레기 분리수거를 위해, 또 개인 짐을 나르는 데에 이들이 쓰이기도 한다.

"짐을 정리해 주시면 다음에 가져가겠습니다." 마트 직원은 한껏 몸 낮춘 메시지를 남기고 떠난다. 이러다 영영 못 찾는 카트도 생긴다. 요즈음 카트는 몸값이 20만원대라고 한다.


마트들은 '외부로 갖고 갈 수 없다'는 경고(?)글을 붙여 놓거나 방지턱, 돌말뚝을 세우기도 한다. 적극적이지 않다. 사실 업체들은 이런 기사에 마트나 특정 지점 이름이 언급되지 않기를 원한다. 지역사회에 뿌리를 뒀으니 괜한 역풍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댓글을 보면 소비자들의 반응은 꽤 격하다. 예치금을 5000원으로 올리라, 도난 방지 장치를 붙이라는 대안 제시파가 있고 진상 고객은 확실하게 대응해야 다른 소비자들 권리가 보호된다는 강경파도 있다. 감정 섞인 비난은 매우 많다.

몇년 전 수건이 자꾸 없어져서 고민이던 어떤 찜질방은 모든 수건에 '훔친수건'이라는 글을 새겼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꽤 효과를 봤다고 한다. '훔친수건'을 들고 갈 만큼 뻔뻔한 사람들은 적었던 모양이다.

대중들이 카트를 갖고 나가는 사람들에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건 그 뻔뻔함이 보여서일 것이다. 사실 카트는 모양과 색만으로도 어디 것인지 보인다. 뻔뻔한 모습에 쉽게 지치는 요즘, 우리 일상의 모습은 어떨까? 다행히도 카트 유출은 최근 들어 조금씩 줄고 있다고는 한다.

[우보세]100원에 '장기임대(?)'한 마트 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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