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어린 상사와 아버지뻘 부하" 전 세계는 인구전쟁

머니투데이 정혜윤, 정진우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기자 2017.01.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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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모니엄 '2020']<제3동인>인구구조의 변화 ①인구절벽 덫에 빠진 한국경제, 동력잃은 채 추락할지도

편집자주 머니투데이는 박근혜정부 출범 직전인 2013년 초 한국 경제를 둘러싼 문제를 지적하면서 '저성장 고착화'를 예측했다. 25명의 국내 경제 전문가와 함께 진단한 미래 모습이었는데, 4년 뒤인 지금 1%대 성장을 눈앞에 둔 저성장 시대가 됐다. 틀리길 바랐던 예측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올해 경제 상황은 더욱 어둡다. 대선이 있는 올해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이다. 머니투데이는 다시 한 번 5년 후를 예측해보고자 한다. 국책연구원의 싱크탱크인 세종미래전략포럼과 앞으로 5회에 걸쳐 한국 경제를 좌우할 동인들을 살펴본다.

"나이 어린 상사와 아버지뻘 부하" 전 세계는 인구전쟁


# 아버지뻘 부하와 나이 어린 상사. 미국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튼 종이회사 지점장 마이클 스콧은 크기드 브랜튼이란 나이 많은 부하직원과 일한다. 시도 때도 없이 직원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여는 스콧, 브랜튼은 가장 귀퉁이에 앉아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미국 인기드라마 '더 오피스'(The Office, 2005~2013년)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이다.

이런 사례는 현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유럽의 대표 고령 국가인 독일을 보자. 독일은 현재 65세 인구가 전체의 20% 넘는 상황이며 고령인구의 증가속도도 빠르다. 반면 합계출산율은 1.43명(2015년 기준)으로 유럽 국가들에 비해 낮다. 일할 젊은이들은 줄고 중장년층들은 높은 지위에서 내려가더라도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직업을 찾아 떠난다.



'저출산·고령화'로 촉발된 인구구조 변화가 가져온 모습이다. 전세계적으로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고령층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지구촌 곳곳에서 '인구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고령화의 습격으로 세대간 일자리 경쟁을 비롯해 인구구조로 인한 경제·사회 시스템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1970년 대한민국 방방곡곡 아기 울음소리가 넘쳐났다. 여성 한 명이 평균 4명 이상 아이를 낳았다. 1970년 출생아수 101만명은 35년 만인 2005년 44만명까지 감소했다. 이후 40만명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형제 없이 혼자 자라는 자녀가 많아졌고 아예 아이가 없는 가구도 늘어났다. 학생들로 빼곡하던 교실의 모습도 달라졌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한 교실에 60~70명씩 앉아서 수업을 들었지만 지금은 15~20명 정도가 함께 수업을 듣는다.



2017년 현재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인구는 3744만명, 전체 인구의 73.4%다. 10명 중 7명이 돈을 벌어 나머지 가족, 나라 전체를 먹여살린다는 얘기다. 50년 뒤 상황은 급변한다. 2065년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2062만명이 된다. 한국 경제를 끌고 가는 인구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노인부양비는 급격히 늘어난다. 2015년 10명이 2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했던 반면 2065년 10명이 8명 이상 노인을 책임져야 한다.

출산율이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비혼'(非婚)·'만혼'(晩婚) 현상이다. 특히 한국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생각할 경제적 여유가 없고 혼인 연령이 높아지면서 아이를 늦게 낳게 됐다. 결혼을 해도 일과 가정을 동시에 짊어질 여력이 없다. 아이를 기르고 가르치는 데 돈도 너무 많이 든다.

전세계적 추세라지만 저출산 속도가 유독 빠른 한국에 출산율 1.5명은 불가능할 일인지 모른다. 한국은 1970년 합계출산율 4.53명에서 계속 하락해 2001~2005년 초저출산율인 1.3명 아래에 머물러 있다.


한번 저출산으로 접어든 국가는 쉽게 출산율을 회복하기가 힘들다. 프랑스처럼 매년 GDP(국내총생산)의 4%를 출산 장려에 '지속적으로' 쏟아붓거나 일본과 같이 장관급 부처 컨트롤타워를 설치해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문제 해결의 핵심 열쇠는 인구구조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합계출산율을 직시하는 등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다.

그래야 현재를 제대로 진단하며 미래를 조망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합계출산율은 태어나는 아이의 수와 가임기 여성이 언제 아이를 낳는지를 보는 템포, 이 둘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 엄마의 연령구조가 일정하면 상관없지만 템포가 뒤로 가면 갈수록 출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여성 나이가 서른 살이 넘어가면 아이를 한 명 이상 낳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만혼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중·고를 단축하거나 대학을 나중에 보낼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며 "18세에 졸업한 뒤 일을 시작하고 자기 돈을 벌게 해주는 등 템포를 조정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2025~2026년 한국은 초고령사회로 들어간다. 일본과 약 20년 시차다. 과거 몇 십년간 형성된 모멘텀들이 연령대를 옮겨가면서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이는 곧 대한민국 경제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일할 사람이 없다는 건 경제에 동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생산과 소비 등 우리 경제를 키우고 움직이는 요소들이 망가지면 국민들의 삶도 고달파진다. 세계 경제 10위권의 선진국 문턱에 있는 한국 경제가 그대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암울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연령대별 인구구조 변화를 예상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생산가능인구가 줄기 시작하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앞으로 3년간 대책에 따라 우리 운명이 좌우될 수도 있다. 한 번 감소하기 시작한 인구는 회복되기 힘든 탓에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인구학적으로나 경제·사회 시스템적으로도 10년이 중대한 전환기"라며 "경제 외적인 변수는 세계가 다 비슷한 상황이니 이럴 때일수록 정책과 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025~2027년 한국이 선진 경제사회로 가기 위해 현재 사회 불평등 해소, 노동시장 구조개혁, 산업개혁 및 지배구조 개선, 사회 투명도를 높이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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