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연기금 동반 해외진출 절실..특화전략 키워야

머니투데이 홍콩=한은정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16.12.26 10:30
글자크기

[대한민국 이끌 4300조 성장판 잡아라]<5-1>해외서 답을 찾다-'삼성·미래에셋'의 길

편집자주 국내 자산운용업이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금융산업 내 유일한 성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령화에 따른 연금자산 증가와 상대적으로 낮은 가계금융자산 비중 등을 감안할 경우 자산운용시장은 매년 10%씩 성장, 2030년엔 4300조원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미래 자산운용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생존을 건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선 치열하게 성장의 길을 찾아야 할 상황입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성장 유전자(DNA) 모색이 중요해진 이유입니다.

2011년 10월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은 한국투자공사(KIC)로부터 5000만달러를 위탁받으며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 설립한지 4년만에 어렵게 받아낸 투자였다. 이후 2012년엔 한국은행(BOK) 자금을 운용하기 시작했고 2013년엔 국내 운용사 중 처음으로 1억달러를 추가로 유치하는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물꼬로 해외투자자들의 자금도 끌어모으고 있다.

홍의석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장홍의석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장


홍의석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KIC의 투자금에 대해 "홍콩법인의 생사를 가른, 또 여기까지 올수 있게 한 고마운 자금"이라고 표현했다. 국내 1위 대기업 계열 자산운용사였지만 해외에 진출해 초기 정착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해외진출 등을 통해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성장하기 위해선 굵직한 기관투자자들의 지원 등 정책적 도움이 절실하다는 의견이다. 홍 법인장은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탄생하기 위해선 국내에서 자금을 유치해 기초체력을 보강해야 한다"면서 "한국의 국부펀드로부터 인정받게 되면 해외 투자자를 유치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본 등 해외의 경우에도 국부펀드나 기관투자자들이 자국 운용사들의 글로벌 진출에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일례로 해외운용사에 돈을 맡긴다 하더라도 자국 운용사를 끼고 맡기면 자국 운용사가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는다든지 해외사업 노하우를 배우는 등의 기회를 얻게 되는 방식이다.
운용사-연기금 동반 해외진출 절실..특화전략 키워야
자산운용사들이 해외에 진출했다면 수익을 내는데 급급해하기 보다는 좋은 인력 확보 등 '꾸준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수준에 맞출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비용이 아니라 긴호흡을 가지고 '장기 투자'라는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홍 법인장은 "국내 운용사들은 손익이 맞지 않아 해외법인을 철수하기도 했다"며 "해외법인 설립은 고비용 구조지만 투자라고 생각하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해외투자 규모가 커지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은 결국 외국계 운용사가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이 처음 KIC 자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삼성차이나 펀드로 쌓은 3년간의 트랙레코드(운용실적)가 있었기 때문이다. 홍 법인장은 "해외운용사들은 투자하기 3~5년전부터 회사를 찾아와 펀드가 꾸준한 성적을 내는지 회사는 우량한지 등을 실사한다"며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3년만에 회사를 철수하려고 한다면 누가 돈을 맡기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삼성자산운용 홍콩법인은 적자임에도 꾸준한 인력보강 등을 통해 아세안 및 인도 펀드도 업계 최고의 트랙레코드를 쌓았으며, 내년엔 미국과 유럽계 운용사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이정호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대표.이정호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대표.
2003년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해외법인을 출범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성공전략으로 처음부터 뚜렷한 목표를 정하고 오랜기간 투자를 해왔다는 점을 꼽았다. 이정호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대표는 "아시아 투자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생각으로 철저하게 투자 철학과 프로세스, 리서치와 마케팅 등을 디자인해왔다"며 "아시아 시장이 커지면서 서구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아시아계 운용사의 투자 상품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투자해도 되는 운용사인지 검증받는 단계를 지나 현재 글로벌 평가기관과 자산운용사 등으로부터 아시아를 대표하는 운용사로 선정되는 등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판매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도 "많은 자산이 은행에서 운용업으로 옮겨오는 트렌드가 이어지는 등 운용업의 잠재력이 큰 상황에서 업력을 쌓아둬야만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글로벌경영 부문과 글로벌 ETF 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있는 이태용 대표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글로벌경영 부문과 글로벌 ETF 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있는 이태용 대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글로벌경영 부문과 글로벌 ETF 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있는 이태용 대표는 해외(영어권) 자산운용사 인수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1년 캐나다 1위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호라이즌 ETFs'를 인수하며 북미 시장에 진출했다.


이 대표는 "우선 언어장벽과 커뮤니케이션 장애를 극복하는게 중요하다"며 "완벽한 영어구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효율적인 의사소통 수단으로 이메일을 적극 활용했다"고 말했다. 특히 "무엇보다 현지 비지니스 경험이 필요한데 10년간 미국에서 사업을 했던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됐다"며 "어느 정도 갈등을 해결하고 조직력을 갖춘 뒤 다양한 상품개발을 통한 차별화전략을 제시하면서 실질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는 물론 캐나다와 호주, 홍콩, 미국, 콜롬비아 등 6개국에서 198개의 ETF를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 운용규모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한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법인 전체 수탁고는 10월 기준 13조원을 넘어섰으며 해외 펀드 비중은 전체 자산 111조원 중 3분의 1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해외법인 수탁고는 6조4000억원 규모다.
운용사-연기금 동반 해외진출 절실..특화전략 키워야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