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전남 나주시 한 종오리 농장에서 방역대원들이 매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뉴스1
그러나 이번에 빅데이터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됐다. 왜일까. 정부는 이번 AI가 기존의 가설과 달리 철새를 통해 ‘수직감염’으로 확산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빅데이터 시스템을 도입해 축산농가를 방문하는 차량의 GPS(위성항법시스템)와 운전자의 휴대폰 위치정보 등을 분석, 아직 발병증세가 나타나지 않은 감염지역을 미리 파악해왔다. 예를 들어 전북 A지역 한 농장에서 처음으로 AI 발병 증세가 발견되면 이 농장을 방문한 차량의 이동경로를 모조리 파악, 만일 이 차량이 충남 B 지역을 방문했다면 해당 지역 농가에 대한 검역도 진행한다. 빅데이터 도입 이전에는 이같은 원거리 감염 가능성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정부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2014년 12월 이후 국내 발생한 AI 149건 가운데 125건, 구제역은 31건 중 28건을 예측하는 성과를 거뒀다. AI 1차 감염지역으로 확산 지역을 한정하는데 성공하면서 이 기간 동안 살처분된 가금류 수도 수십만마리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다.
충북 청주 미호천에서 겨울철새 황오리 무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농림축산식품부는 겨울 철새들이 이번 AI 바이러스 확산의 주범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철새 통한 수직감염에 ‘속수무책’=하지만 이번 AI는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빅데이터의 감시망을 뚫었다. 농림부 관계자는 “환경오염과 먹이 부족으로 철새의 이동경로가 복잡해지면서 AI에 감염된 철새들이 전국 곳곳으로 이동했다”며 “역학조사 중이지만 이번 AI는 차량을 통한 ‘수평감염’ 가능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AI에 감염된 철새의 분비물이 농가에 유입돼 수직감염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으로 발생해서 축산 차량의 이동경로를 따라 확산되는 AI 바이러스를 막는데 방점을 둔 현재 빅데이터 시스템의 한계가 그대로 노출된 것. 그간 차량을 통해 AI가 확산된다는 전제조건 역시 수정이 필요하다. 미래부 관계자는 “현행 빅데이터 시스템은 철새를 통한 수직감염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차량 뿐 아니라 철새의 이동경로까지 신속히 파악하고, 검역에 나서야 대규모 피해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수평감염과 수직감염을 모두 아우르는 빅데이터 시스템 마련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IT 업계 관계자는 “철새의 이동경로를 확인하고, 이를 통해 AI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빅데이터 시스템 구축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일부 철새 서식지 환경이 급변하면서 철새의 이동경로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축적된 데이터만으로는 정확한 이동경로 분석 및 바이러스 확산 지역을 특정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