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ken Run'으로 닭띠 해 '퍼펙트 스톰'을 극복하라

머니투데이 홍찬선 CMU 유닛장 2016.11.2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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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의 세상읽기] 김난도 교수가 제시하는 '2017년 극복 키워드'

'Chicken Run'으로 닭띠 해 '퍼펙트 스톰'을 극복하라


닭의 비극은 날지 못한다는 데 있다. 날개는 있지만 날 수가 없어 그다지 높지 않은 벽도 날아 넘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세상에 불가능은 없는 법. ‘두드리면 열리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은 있게’ 마련이다.

2000년에 개봉됐던 애니메이션 영화 『Chicken Run』(피터 로드, 닉 파크 감독)은 알 낳으며 잘 지내던 닭들이 ‘치킨 파이’가 되어 식탁에 오르게 될 운명을 타파하기 위해 날아서 양계장을 탈출하는 스토리를 다룬다. ‘닭이 난다’는 전혀 불가능한 일을, 꾸준히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코미디와 애니메이션이란 수법을 통해 보여준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학과 교수는 지난 26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공개강연에서 “현재 한국 상황은 퍼펙스 스톰이 밀려오고 있는데 엔진이 고장 난 배 안에서 선장도 구명정도 없는 상황”이라며 “백척간두에 서있는 한국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 살길을 모색하려면 ‘Chicken Run의 추진력’을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말하는 ‘Chicken Run’은 내년이 닭띠 해(丁酉年)이라는 것을 감안, 한국이 직면하게 될 10가지 트렌드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즉 △YoLo(You only live once) 라이프 스타일(C’mon Yolo Life Style) △B+ 프리미엄(Heading to B+ Premium) △‘날 골라’ 세대(I’m the Pick-me Generation) △조용한 기술(Calm Tech, Felt but not Seen) △인적 영업(Key to Success; Sales) △홀로 소비족(Era of Aloners) △버리고 사는 세대(No give up, No live up; Bye Buy Generation) △소비자 선택(Rebuilding Consumertopia) △경험소비(User Experience Market) △각자도생(No one Backs you up) 등을 아우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Chicken Run'으로 닭띠 해 '퍼펙트 스톰'을 극복하라
김 교수가 이 가운데 가장 강조하는 것은 ‘B+ 프리미엄’. 그는 먼저 “명품, 즉 럭셔리(Luxury)와 프리미엄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에르메스나 루이비통, 롤스 로이스 등은 수백 년 동안 유럽의 왕가에 소량으로 납품하면서 만들어진 브랜드로서 럭셔리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콘크리트 건물 짓듯이) 빠른 기간에 만들어내기는 불가능하다. 반면 일본의 렉서스처럼 가격대비 성능이 좋아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낼 수는 있는데, 그게 바로 프리미엄”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모나미 153의 한정품이나 편의점의 프리미엄 김밥처럼 소비자들의 ‘작은 사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B+ 프리미엄 상품’은 경기가 나쁘더라도 구매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충분한 시장이 있다”며 “가성비(價性比) 시대의 B+ 프리미엄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 요소”라고 덧붙였다.

그는 “謀 신용카드의 프리미엄 카드는 연회비가 비싼데도 소비자가 원하지도 않는 백화점 할인쿠폰이나 호텔 발레파킹 서비스 쿠폰은 주면서 카드를 분실했을 때 신고할 수 있는 전용 전화번호를 주지 않는 등 정작 필요할 때 전혀 프리미엄이 없다”며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진정한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hicken Run'으로 닭띠 해 '퍼펙트 스톰'을 극복하라
김 교수가 두 번째로 강조하는 것은 ‘인적 영업(Sales)’이다. 그는 “온라인 쇼핑을 넘어 모바일 쇼핑과 드론 배송이 일상화되고 있는 시대에 고리타분한 인적 영업이라니 하며 반문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전제하면서도 “그런 시대일수록 소비자를 직접 만나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전통적 영업의 중요성은 커진다”고 지적했다.

“연세 많은 부모님들이 값비싼 건강식품을 사는 것처럼 나이가 많아질수록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하는 영업의 효과가 크다. 나이 많은 부자일수록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을 바꾸지 않는다. 시골에서 갖고 온 못생긴 고구마를 따듯하게 삶아서 주는 것에 마음이 움직이는 게 영업현장”이라는 설명이다.
'Chicken Run'으로 닭띠 해 '퍼펙트 스톰'을 극복하라
김 교수의 세 번째 강조점은 ‘날 골라’ 세대(I’m the Pick-me Generation)이다. “20대들은 "ㅇㄱㄹㅇ ㅇㅈ?" "ㅂㅂㅂㄱ ㅃㅂㅋㅌ"처럼 SNS에서 수수께끼 같은 언어로 소통한다. 현재 한국의 50대 이후 세대는 1인당 국민소득 87달러의 후진국 국민이었으며 20대 이전은 2만달러가 넘는 선진국 국민으로 DNA가 완전히 다르다. ‘Pick-me 세대’인 20대는 비록 소비능력이 많지 않아 소규모 소비자(small spender)이지만 앞으로 소비패턴을 주도해날 세대라는 점에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을 하는 비즈니스가 성공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참고로 "ㅇㄱㄹㅇ ㅇㅈ?"는 “이거 레알(정말), 인정?”이고 "ㅂㅂㅂㄱ ㅃㅂㅋㅌ"은 “반박불가 빼박캔트(빼도 박도 못하는 팩트)”라는 뜻이라고 한다. 도저히 알 수 없어 딸 아들에게 물어보니 20대 중후반 딸들은 하나씩만 알고, 19세 아들은 둘 다 알았다. 애들 사이에도 세대차이가 있나 보다…)

이밖에도 일곱 가지의 트렌드가 있지만 근간을 이루는 정신은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나를 고집하지 말고 시대의 변화에, 특히 소비자가 원하는 것에 맞춰 나를 바꿔가야 한다는 뜻이다.

수요는 무제한적으로 있고 공급이 딸리던 시대, 즉 50대 이후의 세대가 살던 시대에는 물건 만드는 게 중요했다. 만들면 팔리게 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공급은 넘쳐 나는데 수요는 제한적인 시대다. 제한된 수요를 자극해서 내 물건을 사도록 하기 위해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 하고 싶어하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

“에스키모에게 얼음을 팔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영업맨에게는 모욕이다. 지천에 얼음이 있는 에스키모들은 얼음이 필요한 게 아니라 얼지 않는 냉장고가 필요하다. 영업은 고객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주는 컨설팅과 문제해결 과정”이라는 김 교수. 그의 말은 ‘퍼펙트 스톰’이 밀려오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만능열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hicken Run'으로 닭띠 해 '퍼펙트 스톰'을 극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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