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득표에 촉각…'공포지수·인버스' 사는 투자자

머니투데이 한은정 기자 2016.11.0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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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성 자금 MMF로 일주일간 3조 유입·금펀드도 인기

최순실 게이트 여파에 미국 대통령 선거가 혼전을 거듭하며 불안감이 커지는 '공포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미국 대선 이후에도 당분간은 불안한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옮기거나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사고 있다.

8일 시장조사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신흥국 주식형 펀드의 자금은 6주만에 순유출로 전환됐다. 선진 주식형 펀드는 5주 연속 자금이 빠졌고 채권형 펀드는 7주만에 순유출을 기록하는 등 위험 회피심리가 나타났다. 반면 대기성 자금 성격인 머니마켓펀드(MMF)에는 한 주에만 300억달러를 웃도는 자금이 밀려들었다.



국내에서도 주식형 펀드에 대한 환매가 이어지는 데다 올해 내내 자금이 유입됐던 채권형 펀드에서도 최근 한 달여간 돈이 빠져나가는 등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7일 기준 한 달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3415억원, 채권형 펀드에서는 8172억원이 순유출됐고 같은기간 MMF는 7조3429억원이 늘었다. 특히 MMF는 최근 일주일동안 3조1295억원이 유입, 자금이 급격하게 불었다

일부 투자자들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 펀드를 사들이고 있다. 블랙록월드골드 펀드에 최근 한 달동안 들어온 자금은 64억원으로 이는 연초이후 유입된 자금의 30%에 해당된다. 금선물지수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KINDEX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 (20,875원 ▲360 +1.75%) ETF는 지난달 1만건 내외를 기록하던 일일거래량이 이달들어서는 3만~6만건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금, 은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며 "반면 클린턴 당선시 달러화 반등,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며 귀금속 가격의 단기 약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12월 FOMC 이후 상승 모멘텀 부각과 매수세 유입 등으로 중기적 시각에서는 적절한 매수타이밍"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득표에 촉각…'공포지수·인버스' 사는 투자자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 투자수익이 극대화되는 공포지수, 즉 변동성(VIX) 지수와 지수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펀드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미국에 상장돼 S&P500 VIX 선물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상품별로 최근 한 달 3~24%대의 성적을 기록했고 이를 역추종하는 인버스 상품은 12%대 손실을 냈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VIX가 급등하며 관련 ETF의 수익률도 크게 상승했고 자금 유입으로 펀드 규모도 확대됐다"며 "2014년 이후 추이를 보면 VIX지수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대체로 금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증시가 추가로 조정받을 경우를 대비해 금융투자(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의 고유자산)을 필두로 한 기관투자자도 지난달말부터 KODEX 인버스 ETF를 사들이기 시작, 이달들어서는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기관은 본격적으로 매수를 시작한 지난달 26일부터 전날까지 KODEX 인버스 (4,220원 ▼85 -1.97%) ETF는 1874억원 , KODEX 200선물인버스2X (2,110원 ▼85 -3.87%) ETF는 593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KODEX 레버리지 (18,880원 ▲680 +3.74%) ETF는 1768억원을 순매도하며 시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드러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장 부정적인 시나리오는 선거인단 우세로 클린턴이 당선되더라도 득표수는 트럼프가 우세를 보이는 경우"라며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 부시의 선거인단 우세, 엘 고어 득표수 우세로 대선 직후 S&P500지수는 4일간 5.6% 급락했고 11월말까지는 8.2%가 빠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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