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의 위기? 생태계 업그레이드의 시작!

머니투데이 유재석 IT칼럼니스트 2016.11.0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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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홈(Mi-Home)이 만드는 새로운 생태계

대륙의 실수, 짝퉁 애플, 가성비 갑, 대용량 배터리 등. 한국인에게 '샤오미'란 브랜드를 물어보면 곧잘 돌아오는 대표적 키워드들이다. 저렴하지만 애플을 이미테이션(모방)한 스마트폰 '홍미' 시리즈, 혹은 괜찮은 대용량 배터리 브랜드 정도로 설명된다는 의미다.



샤오미의 위기를 말하는 평가에 대한 근거 역시 스마트폰 점유율에서 기인한다. 최근 중국 2030세대에게 비보, 오포라는 스마트폰 브랜드가 화두가 되면서 저가형 시장에서 샤오미가 머물자리가 없다는 평가가 국내외 미디어에서 쏟아지고 있다. 더 이상 샤오미는 중국 사람들에게 쿨(酷)한 이미지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하지만 샤오미는 단순히 스마트폰만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공기 청정기, 텔레비전, 블루투스 스피커, 이어폰, 나인봇, 체중계, 로봇청소기, 드론 등 수많은 가전 제품을 매년 발표한다.



지난 28일 서울 광진구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본투 글로벌 캠프(Born 2 Global Camp)'에서 만난 리레이 샤오미 마케팅 총괄 역시 페이스북 라이브 인터뷰를 통해 "샤오미는 스마트폰만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며 "샤오미는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인터넷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리레이 샤오미 마케팅 총괄/사진=홍봉진 기자리레이 샤오미 마케팅 총괄/사진=홍봉진 기자


샤오미가 만약 스마트폰 회사라면 애플처럼 스마트폰을 판매할 때마다 이윤을 거둬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리 총괄의 설명이다. 즉 스마트폰은 이용자를 자사의 생태계에 모으기 위한 키워드인 셈이다.

리레이 샤오미 마케팅 총괄(오른쪽)과의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 화면/사진=캡처리레이 샤오미 마케팅 총괄(오른쪽)과의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 화면/사진=캡처
리 총괄의 설명에 따르면 샤오미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전 세계 이용자는 2억 명을 넘어섰다. 샤오미의 생태계에 속한 숫자는 그 이상이다.


샤오미는 이용자뿐만 아니라 파트너 기업들과 함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현재 55곳의 회사가 미지아(米家)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돼 있다. 이 중 7곳이 매년 1억 위안(약 168억 원)의 매출을, 2곳은 10억 위안(약 1686억 원)의 매출을 내는 수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지아는 단순히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업 집단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들이 생산하는 샤오미의 많은 제품은 미홈(Mi-Home)이라는 스마트홈 앱 위에서 작동된다. 미홈은 운영체제(OS)에 구애받지 않는다. 샤오미 자체 OS인 미유(Miui)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iOS에서도 작동된다. 샤오미 스마트폰 판매량과 무관하게 생태계는 굳건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미홈 화면. 샤오미의 각종 제품들을 앱 하나로 제어할 수 있다./사진=캡처<br>미홈 화면. 샤오미의 각종 제품들을 앱 하나로 제어할 수 있다./사진=캡처<br>
샤오미가 만든 전기 자전거에는 GPS 센서가 미홈과 연결돼 있다. 이용자가 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한 거리, 위치를 앱으로 파악할 수 있다. 공기청정기도 마찬가지다. 집 밖에서 작동 모드 설정은 물론 예약, 작동 등의 각종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수면등 역시 자유롭게 밝기를 조절할 수 있으며, 전기밥솥도 예약 취사가 가능하다.

또한 샤오미의 와이파이(WiFi) 공유기는 나스(NAS) 허브로도 사용된다. 즉 공유기에 연결돼 있는 샤오미 휴대폰, 저장장치 내부의 사진, 문서를 외부에서 자유롭게 다운로드 받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샤오미가 발표한 셋톱박스 미박스(Mi-Box) 역시 외부에서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다.

본투글로벌 캠프 행사장에 전시된 샤오미 제품들/사진=유재석 칼럼니스트본투글로벌 캠프 행사장에 전시된 샤오미 제품들/사진=유재석 칼럼니스트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는 전자상거래 서비스의 전성기였다. 대표적 기업인 알리바바는 고객간거래(C2C) 이커머스인 타오바오(淘宝), 글로벌 기업고객간거래(B2C) 티몰과 같은 플랫폼에 사람들을 모았다. 그 다음은 메신저와 간편결제 서비스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8억 명의 메신저 창을 장악한 위챗, 9억 명 지갑을 갖고 있는 알리페이가 주인공이다.

다음은 무엇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게 될까. 국내외 IT 전문가들은 오프라인의 모든 사물이 온라인(모바일)으로 연결된 생태계를 꼽는다. 혹자는 O2O(Online to Offline)를 말하고, 어떤 이는 사물인터넷(IoT)을 꼽는다.

샤오미는 그 영역을 노리고 있다. 샤오미의 제품을 단 한 개라도 구매하는 즉시 미홈의 생태계에 묶인다. 1만5000원대 미밴드 하나만으로 그들이 만들 세상을 엿볼 수 있다. 집에 있는 싸구려 짝퉁의 이미지인 샤오미가 스마트한 미래로의 연결로 바뀌는 것이다. 이미 냉장고를 뺀 모든 가전제품을 완비한 샤오미가 시장을 장악하기까지는 시간 문제만 남았다.

샤오미의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이 이후 또 다른 제품을 구매할 때 미홈과 연결된 또 다른 제품을 우선순위로 선택하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미홈 위에서 일원화해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모든 하드웨어들의 제어가 자동화될 가능성도 높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용자의 생활패턴이 미홈에서 분석된다면, 어느 시간에 텔레비전이 켜지고, 수면등을 켜게 되며, 몇 시에 기상하는지 알고, 외부 날씨에 따라 실내 온도를 조정하는 것 등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이미 샤오미의 로봇청소기는 청소 기록을 지도로 만들어서 보여주지 않던가.

샤오미 로봇 청소기는 청소한 흔적을 지도로 보여준다./사진=캡처샤오미 로봇 청소기는 청소한 흔적을 지도로 보여준다./사진=캡처
샤오미가 스마트폰 제조 회사에 머물렀다면 상상할 수 없는 미래의 모습이다. 인터넷 회사기에 가능한 그림이다. 이래도 샤오미가 위기에 빠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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