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이 유행이었을 정도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대한민국 정치인 최초로 팬클럽이 만들어진 인물이었으며 사후 일주일 동안 400만명이 넘는 추모객들이 다녀간 인물이기도 하다.
이렇듯 그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화두가 되고 있는 대통령이다. 그런데 왜 그동안 그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나오지 않았을까. 26일 개봉한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이러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이 작품은 노통을 소재로 한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사진제공='무현, 두 도시 이야기' 제작위원회
"(민주당은) 태생적으로 부산에는 관심도 애정도 없다"란 상대 후보의 선거 유세에 시민들이 큰 소리로 "옳소!"를 외치는 지역에서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처럼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지역 감정이 깊게 뿌리 박힌 곳으로 간 것이다.
비가 와 선거 유세가 취소됐는데도 시민들이 계속 그를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노 전 대통령은 한달음에 그곳으로 달려갔다. 기다린 시민들에게 미안해 노래라도 한 곡 뽑겠다며 '부산갈매기'를 부르는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왜 그가 '서민 대통령'이란 별명을 얻었는지 이해가 됐다.
어린이와 초코파이를 나눠 먹고 커피를 마시러 갔다 만난 다방 여직원과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소탈함은 '권위주의'로 가득한 이 시대의 정치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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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노 전 대통령은 그의 어머니가 그러하였듯 우리 사회의 어머니들이 '바람 부는대로 물결 치는대로, 힘 있는 놈한테 붙어 살라'고 가르치는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헬조선'의 도래를 예감한 듯 다음 세대들에게 돈에, 권력에 굽신거리지 않아도 되는, 실력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영화에는 '노통'을 기억하는 김원명 작가, 팟캐스트 '이이제이'의 진행자 윤종훈 등을 비롯해 8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노무현은 이상주의자였고, 지금 우리 사회에 그 이상(理想)이 필요하다며 노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영화 중간 중간 등장해 하나둘 생각할 거리를 더해준다.
아쉬운 건 영화가 노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전인환 감독은 "노빠, 노사모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노무현을 생각하는 관점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고루 다양한 관점을 한 데 담아내지 못한 탓에 자칫 '노사모를 위한 영화'로 비춰질 수 있다.
26일 개봉한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개봉관을 구하지 못해 영화관들의 협조를 요청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전국에 36개의 개봉관만을 확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