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교제 여성에 이별 통보한 가톨릭 신부, 위자료 지급해야"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16.10.2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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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교제 여성에 이별 통보한 가톨릭 신부, 위자료 지급해야"


가톨릭 교회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신부가 10년 가까이 만나 온 여성에게 이별을 통보했다가 위자료 1000만원을 물어줄 처지에 놓였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최은주)는 A씨가 가톨릭 신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씨가 A씨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일본에 사는 A씨는 2007년 2월 평소 알고 지내던 B씨가 일본에 여행을 오자 안내를 해준 뒤 가깝게 지냈다. 두 사람은 이듬해부터 서울 서초구 등에 일정한 거처를 마련해 두고 자주 만나왔다.



B씨는 2014년까지 19차례 일본을 방문해 A씨를 만났다. 특히 B씨는 A씨에게 자신의 신용카드를 주고 사용하도록 하기도 했다. A씨는 B씨를 '오빠'라고 불렀다. B씨가 A씨에게 보낸 생일 편지봉투에는 '부인', '남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B씨는 A씨의 가족과도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B씨의 이별 통보로 헤어지게 됐다. 이들의 만남을 알게 된 성당 신자가 A씨에게 관계를 끊으라고 말한 것이 단초가 됐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이 신자와 관련한 이야기를 했고, B씨는 "신부로 살기로 교회에 약속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관계를 끊었다.

이에 A씨는 사실혼 관계를 부당하게 파기당했다며 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씨가 65세가 되면 가톨릭 신부 지위에서 은퇴하고 혼인신고를 하자며 약혼을 했는데도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해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거나 객관적으로 부부 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 만한 혼인의 실체가 존재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사실혼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두 사람이 사실혼 관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서로의 가족에게 상대방을 소개하고 함께 교류하며 장차 혼인하겠다는 진실한 합의에 따라 교제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약혼과 관련한 주장은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B씨가 일방적으로 파혼을 통보하고 연락을 끊어 파탄에 이르렀다"며 "약혼이 파탄돼 A씨가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이 명백하므로 B씨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B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B씨는 현재 교구에서 징계를 받아 휴직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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