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7000억 vs 삼성화재 1조2000억… 순위 바뀐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6.10.2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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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간판’ 금융계열사가 내년에 바뀔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최근 추정한 내년도 순익 전망치에서 삼성생명 (88,900원 ▼6,100 -6.42%)삼성화재 (371,000원 ▲1,000 +0.27%)에 크게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은 내년 순익이 1조원에 못 미쳐 금융계열사 ‘맏형’자리가 위태로운 반면 삼성화재는 내년 순익이 1조원을 훌쩍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 내년 순익 전망치는 8600억원에서 지난 24일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7000억원대로 하향 조정돼 보고됨.삼성생명 내년 순익 전망치는 8600억원에서 지난 24일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7000억원대로 하향 조정돼 보고됨.


◇내년 예상순익, 삼성생명 7000억원대 VS 삼성화재 1조2000억원=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날 내년도 경영기획 워크숍을 열었다. 삼성생명은 이에 앞서 내년도 잠정 순익 목표액을 7000억원대 수준으로 예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삼성화재는 내년 순익을 이보다 5000억원 가량 더 많은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삼성생명이 해마다 1조원 이상의 순익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내년 전망치는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전망이다. 삼성생명이 올해는 삼성카드 매수차익과 본사 건물 매각이익 등으로 2조원 안팎의 높은 순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삼성생명은 회계연도 기준을 변경해 4~12월(9개월) 실적만 반영한 2013년에만 순익이 1조원을 밑돌았다. 삼성화재와 순익이 비슷했던 해 역시 2013년이 유일했다. 삼성화재도 2013년에 회계연도 기준을 변경해 4~12월 실적만 반영했지만 삼성생명은 연초 삼성전자에서 거액의 배당금을 받는데 1~3월 실적이 빠져 타격이 더 컸다.



삼성그룹 주요 금융계열사인 양사의 내년 순익 전망치가 현실화된다면 내년은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에 추월당하는 첫해가 된다. 삼성생명은 총자산이 지난해말 기준 230조원으로 삼성화재 63조원의 4배에 가깝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배구조 이슈가 아니라면 삼성생명의 그룹내 입지가 약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삼성그룹은 생명보험업에 대해 장기적으로 어떤 전략을 가져가야 할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자본확충 27조 부담..생·손보 지각변동 원년 되나=삼성생명이 고전하는 이유는 과거에 판 고금리 계약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금리확정형 부채는 60조원인데 이 중 80%인 48조원이 연 5% 이상의 고금리를 주겠다고 약속한 보험계약이다. 이 가운에 33조원은 연 7% 이상의 초고금리 보험계약이다. 이로 인해 예정대로 오는 2021년에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삼성생명은 27조원의 자본확충 부담을 안아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생명은 시장금리가 조금만 하락해도 내년 순익 전망치가 수천억원씩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그만큼 순익 전망치가 늘어나 삼성생명의 운명은 금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삼성화재는 자동차·일반·장기보험으로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최근 실적이 꾸준히 개선됐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업은 실제 위험률이 보험료 산출의 기초가 되는 위험률보다 낮아 발생하는 이익인 위험률차이익(사차이익)에만 의존해 손익구조가 손해보험업에 비해 취약하다”며 “삼성금융계열사의 지각변동은 향후 손보업이 생보업을 추월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생명은 연초 위험률차이익 목표치를 1조원 수준으로 설정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삼성생명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배임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만 자살보험금 지급시 위험률차이익을 1000억원 이상 포기해야 하는 탓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순익 역전은 보험업계 전반의 이슈이기도 하다. 생보업계는 고정금리 보험상품 판매로 역마진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자산이 손보업계보다 훨씬 많은 상황에서 저금리로 인한 운용수익률 하락의 타격도 크게 받는다. 생보사 주력상품인 종신보험 판매가 둔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다음달초 삼성 계열사 중 첫 조직개편=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로 삼성전자가 대규모 임원 감원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삼성생명의 연말 인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생명은 오는 11월 초 지역단장·지점장·부서장급 인사 및 조직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그룹 계열사 중 첫 인사라는 점에서 향후 삼성그룹 조직개편의 파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선 삼성생명이 연말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임원 감원과 일반 직원의 계열사 이동 및 희망퇴직 등을 통해 인건비 절감에 나설 것이란 추측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상시 구조조정을 통해 해마다 200명 안팎의 인력을 줄였다. 이에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11월에 조직개편이 있었다"며 "11월 인사에서 대규모 감원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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