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백남기 부검영장 강제집행 시도 후 물러나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윤준호 기자 2016.10.2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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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2보)종로서장 "유족 의사 명시적 확인 후 철수"…강제집행 가능성 열어둬

고(故) 백남기씨에 대한 부검영장 강제집행을 위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23일 오후 1시15분쯤 철수 방침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고(故) 백남기씨에 대한 부검영장 강제집행을 위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23일 오후 1시15분쯤 철수 방침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경찰이 지난해 11월14일 물대포에 맞아 투병 끝에 숨진 고(故) 백남기씨에 대한 부검영장 강제집행에 나섰으나 유족의 반발로 철수했다.

경찰은 백남기씨 유족의 명시적 반대 입장을 확인하고 한발 물러났지만 강제집행 가능성은 열어둬 충돌의 불씨는 여전하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23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백씨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을 집행한다고 밝혔다.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은 이날 오전 10시 집행 예정시간에 형사들을 이끌고 직접 현장에 나왔다. 경찰은 부검영장 집행 관련해 현장에 형사 80여명을 투입했고 우발 상황에 대비해 경비경력 10개 중대 800여명을 배치했다.



시민들은 스크럼을 짜고 장례식장 입구를 막아섰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오전 11시쯤 약식으로 집회를 열고 "살인경찰 물러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정일 변호사 등 백남기 투쟁본부 측은 경찰의 집행방침을 확인 뒤 부검영장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고 경찰은 "유족을 만나 제시하겠다"고 맞섰다.

투쟁본부는 "경찰은 장례식장에 한발짝도 들어올 수 없다"는 유족 의사를 전하며 장례식장 옆 천막에서 절차협의를 제안했다. 경찰은 "장례식장 1층에 사무실이 비어있다"고 반대했고 결국 낮 12시가 다 돼서야 천막에서 유족 측 대리인과 경찰이 협의를 시작했다.

30분여동안 협의 후 투쟁본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부검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백남기씨의 큰딸 도라지씨는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장례까지 못 치르게 하는 경찰을 만나고 싶겠냐"며 "만나기만 해도 (부검영장 집행을) 협의했다고 명분을 쌓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과는 절대 만나지 않겠다"며 "모든 접촉은 법률대리인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의 기자회견 후 경찰은 즉각 철수했다. 언론을 통해서나마 백씨 유족의 입장을 확인했다는 이유에서다. 홍완선 서장은 "유족을 만나 충분히 협의하려 했으나 '오늘은 만나지 않겠다'고 한다"며 "의사를 직접 설명한 것은 아니지만 언론을 통해 명시적으로 밝힌 만큼 유족 의사를 존중해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고(故) 백남기씨의 부검영장 집행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모여 경찰 진입을 막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고(故) 백남기씨의 부검영장 집행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모여 경찰 진입을 막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
앞서 경찰은 백씨가 숨진 이후 정확한 사인규명이 필요하다며 부검영장을 신청했다. 부검영장은 법원에서 한차례 기각된 끝에 부검 장소와 절차 등에 대해 유족과 협의한다는 조건으로 지난달 말 발부됐다.

경찰은 그동안 부검영장 집행 협의를 위해 종로경찰서장(총경),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경무관) 등 지휘부가 직접 유족을 찾았으나 유족은 협의를 거부했다.

유족은 '물대포 살수'라는 사인이 명백한 만큼 부검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이 굳이 부검을 하려는 이유는 사인을 다른 이유로 몰고 가려는 저의가 있다고 의심한다.

부검영장 효력 만료 시점은 25일까지다. 경찰은 집행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뒀다. "남은 기간 영장 집행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홍 서장은 "아직 (만기까지) 이틀이 남아있으므로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 서장은 유족이 대리인을 통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도 명시적인 의사확인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답을 하지 않고 오후 1시15분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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