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진해운, 유럽법인 정리 개시…청산 가시화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16.10.2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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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폴란드·스페인 등 3개 판매법인부터 순차적 정리

한진해운 여의도 본사 앞.한진해운 여의도 본사 앞.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한진해운 (12원 ▼26 -68.4%)이 유럽법인(구주법인) 정리를 시작했다. 12월 23일까지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기도 전에 한진해운이 청산(Liquidation)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석태수 한진해운 법정관리인(사장)은 지난 10일 법원에 '구주법인 정리에 대한 허가'를 요청했다. 석태수 법정관리인은 이어 21일 이들 구주법인 가운데 '구주판매법인 정리에 대한 허가'를 법원에 재차 요청했다.



한진해운은 독일 함부르크, 프랑스 르아브르, 영국 런던, 네덜란드 로테르담, 이탈리아 제노바, 스페인 발렌시아, 체코 프라하, 헝가리 부다페스트, 폴란드 그드니아 등 유럽내 9개 주요 항구도시 및 물류 요충지에 법인(지점·Branch Office)을 갖고 있다.

한진해운은 이들 법인 가운데 판매법인이 있는 헝가리, 폴란드, 스페인 등 3개 국가 법인부터 정리할 방침이다. 이어 순차적으로 유럽내 법인 조직과 인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과 중국 법인에서 일부 인력 조정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법인에 대한 정리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미주노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았던 유럽 법인이 먼저 정리 대상이 된 것이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개시(9월 1일) 이후 사실상 영업을 중단했으며, 전세계 항구 곳곳에서 배가 억류되거나 정상 하역을 하지 못해 물류대란을 빚었다. 해외에 파견된 직원들은 남아 있는 고객(화주)들에게 '마지막 신뢰'를 지키기 위해 밤새 물류작업에 나서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기존 700여명이던 육상부문 직원을 절반 이상 감축해 300명 수준으로 남기기로 했으며, 육상부문 노조는 사측과 고용승계를 협의중이다. 해상부문 직원(선원)에 대한 고용승계는 해양수산부가 한진해운 노사, 한국선주협회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논의중이다. 해운업계에서는 선원으로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역량을 갖춘 한진해운 선원들이 국내 다른 선사로 흡수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은 지난 14일부터 미주노선 매각 작업에 나섰으며, 해외 터미널 매각 작업도 곧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은 대만 카오슝, 일본 오사카·동경, 미국 롱비치·시애틀, 벨기에 안트워프, 스페인 알헤시라스 등 해외 7곳에 전용터미널을 갖고 있다. 이가운데 롱비치·시애틀 터미널을 갖고 있는 미국 자회사 TTI(한진해운 지분 54%)는 TTI의 2대 주주(지분 46%)이자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는 스위스 MSC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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