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이 딸에게 말했다. “너 지금 다니는 직장도 엄청 좋은 곳이야. 월급도 변호사보다야 적지만 웬만한 대기업 직원 못지 않고. 그런데 통번역대학원에 뭐하러 가려는 거야?” “일이 재미가 없어. 행복하지가 않아.” “통번역대학원 나와서 통역하고 번역하면 행복해?” “몰라. 일단 해보는 거야.” “그게 뭐야? 일하면서 행복한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그래.” “엄만 왜 내 꿈을 꺾으려 그래?” “꿈이 뭔대?” “뭔지 모르지만 뭔가 재미있고 행복한 일을 찾아야지.”
10대 땐 공부 잘해 좋은 대학 가는게 자랑이고 20대 땐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 30대 땐 좋은 배우자와 결혼해 좋은 곳에 집 사는 것, 40대 땐 승진해서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는 것, 50대 땐 재산이 많은 것, 60대 땐 자식이 성공하는 것이 자랑이다. 70대가 넘어서면 그저 자기 몸 하나 건사하며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자랑이다. 50대들이 모이는 동창회에서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다고 자랑하거나 20대 때 취업 잘했다고 자랑하는 사람은 없다.
지나고 보면 10대 때 공부를 못해 별 볼일 없는 대학에 들어갔다고 해서, 20대 때 취업이 좀 늦었다고 해서 큰 일 날 일은 아니었다. 그 순간에는 자신이 처한 현실이 암담해 보이지만 지나고 보면 그저 한 세월을 지낸 것뿐이다. 70대가 되면 자기 건강한 것만 자랑이 되듯 젊은 시절에 얼마나 공부를 잘했든, 사회적으로 얼마나 성공했든,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든 별 인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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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이 말했다. “나도 대학원도 나오고 했지만 지금 60 가까이 되고 보니 자식들 잘 커 주고 우리 부부 건강한 게 남는 거지 다 소용 없더라고요.” 물론 젊은 시절 더 높이 날아오르고자 하는 꿈과 수많은 시도들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꿈을 갖고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은 언제나 유효하다. 문제는 행복을 언제나 미래에서 찾으려는 생각이다. 행복의 파랑새는 저 먼 곳이 아니라 바로 우리 집 안에 있는데 미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현재의 순간을 희생해선 영원히 행복할 수 없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이 친구들과 밤 늦게까지 어울리며 PC방 가서 게임하고 밥 사 먹고 거리를 쏘다니며 히히덕거리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한심하다. 불과 5개월만 지나면 고등학생인데 분초를 아껴 공부할 시간에 왜 저러고 있나 싶다. 이런 생각으로 아들만 보면 잔소리를 쏟아내며 들들 볶다가 마음을 내려 놓았다. 아들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16살 때 친구들과 어울리며 행복해하며 추억을 쌓는 것이 수학 공식 하나 더 익히고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는 것보다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 현재의 욕망을 희생하며 애쓰는 삶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 애씀 속에서 보람을 찾아 현재를 살아내지 못한다면 행복은 언제나 미래로 유보될 뿐이다. 어려운 현실 속에 애쓰는 모든 젊은이들이 현재 속에서 작은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