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적자시설을 흑자로…"비결은 협동조합화"

머니투데이 백선기=이로운닷넷 기자 2016.10.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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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머니, 우리 동네 히든챔피언] 서울 광진구 돌봄 전문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편집자주 나랏님도 풀지 못한다는 숙제를 척척 해결해 나가는 이웃들이 있다. 돈벌기는 기본! 우리 동네에 일자리를 만들고 어려운 이웃을 돕고 환경을 지키는 착한 기업들이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히든 챔피언’ 즉 대중한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장을 이끄는 우량기업의 새로운 모델이 아닐까? 머니투데이는 서울형 사회적기업 이로운넷과 공동으로 '우리 동네 히든 챔피언'을 발굴해 그들의 활약을 소개한다.

도우누리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은 조합원의 투표과정을 거친다./사진제공=도우누리도우누리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은 조합원의 투표과정을 거친다./사진제공=도우누리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았다. 2013년 서울시가 당시 중랑구 망우동의 ‘시립중랑노인전문요양원(이하 시립요양원)’에 대한 위탁 공고를 냈을 때, 업계 반응은 싸늘했다. 입찰 공고를 세차례 냈지만 번번이 유찰됐다. 1억 원이 넘는 운영손실도 모자라 막 생겨난 노동조합과 회사 측의 갈등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었던 탓이다.

이런 악조건을 개의치 않고 한 사회적협동조합이 배짱 좋게 덤벼들었다. 더욱이 흑자로 돌려놓겠다고 호언장담했다. 2년도 안돼 그의 장담은 현실이 됐다. 광진구 지역에서 노인과 산모·신생아·장애인에 걸쳐 전방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www.gjcare.net) 이야기다.



민동세(47)도우누리사회적협동조합이사/사진제공=도우누리민동세(47)도우누리사회적협동조합이사/사진제공=도우누리
◇ 3개월마다 재무제표 공개... 이사장 연간 업무 추진비 "3만 원"

“국가 시설이라 임대료가 0원 이다. 협동조합의 특성을 살리면 얼마든지 살려낼 수 있다고 믿었다.”



민동세 도우누리 이사장은 흑자 전환의 비결을 묻자 협동조합의 힘이라고 대답했다. 그가 꺼낸 카드는 경영의 투명성이었다. 그는 적자의 원인을 방만한 경영 탓으로 진단했다. 특히 비용 지출 방식의 불투명성을 바로잡았다. 1000만 원이 넘는 지출에 대해선 100% 공개 경쟁 입찰 방식을 도입해 비용을 절감했다.

3개월에 한 번씩 재무제표를 다 공개해 직원들이 볼 수 있게 했다. 그러다보니 직원들도 허투루 돈을 쓰지 않았다. 그는 “협동조합의 기본 경영 원칙인 투명성이 불러온 효과다”며 “얼마 전 지도·감독 나온 공무원이 연간 업무 추진비 3만 원 기록을 보고 ‘당신 일 안했느냐’고 했다”며 웃었다.

흑자로 돌아서자 직원들에게 성과급도 나눠줬다. 2015년에는 연 매출 42억 원을 달성했고 환경 예산과 운영 충당금 명목으로 시설 적립금도 비축해 놓을 수 있었다.


◇ 요양보호사 급여 업계 최고 수준

도우누리는 현재 시립요양원(www.jns-center.or.kr/)을 비롯해 재가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늘푸른돌봄센터’(http://npr.gjcare.net/)와 장애 아동의 정서적 치료를 돕는 ‘광진아동청소년발달센터’ (http://bd.gjcare.net/)등 3개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3개 기관들의 2015년 연 매출은 총 71억 원에 이른다. 직원 수는 모두 290명으로 이 가운데 127명이 취약계층이다. 조합원수는 192명으로 이들 중 요양보호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많다.

도우누리의 사명은 좋은 일자리를 통해 바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한 지역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팍팍하다. 국내에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대략 170만 명으로 이 가운데 약 30만 명이 활동 중이다. 경쟁은 치열하지만 돌봄은 노동 시장에서 전문 직종으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처우가 열악하다. 도우누리는 이런 요양보호사 직업을 괜찮은 일자리로 탈바꿈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시립중랑노인전문요양원에 입소한 어르신들이 원예치료수업을 받고 있다./사진제공=도우누리시립중랑노인전문요양원에 입소한 어르신들이 원예치료수업을 받고 있다./사진제공=도우누리
권은희씨(62·가명)는 도우누리에서 활동하는 8년차 요양보호사이다. 장기 근속의 비결을 묻자 타 기관에 비해 높은 급여와 직원을 사랑하는 직장문화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이 운영하는 기관에 몸담고 있는 요양보호사들 가운데는 4대 보험은커녕 근로계약서조차 제대로 작성하지 않아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며“도우누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잘라 말했다.

도우누리 직원은 파견이나 일용직이 아니라 모두 직접 고용된 근로자다. 4대 보험 가입과 근로계약서 작성,퇴직금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띠는 대목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이다.

하루 4시간씩 일하는 재가요양보호사의 경우 시급이 많게는 타 기관보다 700~800 원이 더 높다. 시립요양원을 인수할 당시 적자를 탈피하기 위해 원장을 포함해 관리직의 급여를 대폭 삭감했지만 요양보호사들의 급여는 업계 최고 수준인 170만 원 선을 유지했다. 올해 임금협상에서는 요양보호사의 월 급여 수준을 180만 원 이상으로 끌어 올렸다.
재가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늘푸른돌봄센터는 산모와 신생아 돌봄서비스를 비롯해 노인종합돌봄,가사간병방문,장애인활동지원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움을 준다./사진제공=도우누리재가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늘푸른돌봄센터는 산모와 신생아 돌봄서비스를 비롯해 노인종합돌봄,가사간병방문,장애인활동지원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움을 준다./사진제공=도우누리
◇ 소모임,개인 공부 장려 "돈 벌러왔다 직업인으로 성장"

도우누리가 요양보호사들의 급여를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는 이유는 ‘좋은 돌봄 서비스는 좋은 근로 환경에서 비롯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수가가 워낙 낮게 책정돼있기 때문에 만족스런 급여를 지급하는 데는 경영상 한계가 있다. 그 간극을 메꿔준 건 교육을 통한 자기 성장과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직장문화였다.

김미선씨(50 가명)는 1년 전만 해도 도우누리의 요양보호사였다. 지금은 전업해 사회복지사로 일한다. 그는 “회사가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배려해주었다”며 “ 책을 살 여력이 안 되자 교재를 프린트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도서상품권을 넌지시 건네며 격려해줬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자격증 취득 후 마침 도우누리에서 사회복지사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해 당당히 합격했다. 김씨는 “배움을 통해 성장하면서 자신감도 덩달아 자라났다”며 “도우누리는 사람을 키우려고 애쓰는 회사다”고 자랑했다.

도우누리에서는 5명 이상이 모여 소모임을 만들면 개인당 월 1만 원씩 활동비를 지급한다. 댄스모임과 노래교실·컴퓨터교실·영화모임등 다양한 동아리들이 생겨났다. 동아리제도는 힘겨운 감정 노동으로 쌓인 피로를 풀어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또 직원들끼리 유대감을 쌓아 협동조합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부터 1년에 한 번 1박2일 전체 워크샵을 진행해 소속감과 연대감을 고취시키고 있다.

민 이사장은 “내부에서 성장하는 사람이 눈에 보일 때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진다”며“ 처음엔 직업이라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돈 벌려왔다가 다양한 교육과 경험을 통해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큰 기쁨이다”고 덧붙였다.
도우누리에서는 직원복지차원에서 동아리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활동비를 지원한다./사진제공=도우누리도우누리에서는 직원복지차원에서 동아리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활동비를 지원한다./사진제공=도우누리
◇ '국내1호' 많은 돌봄 기업 ... 조합원 소액대출사업 추진

그 사이 도우누리란 이름 앞엔 '1호'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었다. 도우누리는 국내 최초로 국공립 시설의 위탁운영을 맡은 사회적기업이자, 보건복지부 인증 1호 사회적협동조합이다. 2008년 지역자활공동체로 출발해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첫 사례다. 이 과정에서 두 차례 보건복지부 표창과 서울시장· 기획재정부장관 그리고 노동부장관의 표창도 받았다. 돌봄서비스와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도우누리의 실력을 인정해준 셈이다.
도우누리는 조합원 소액대출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월 330만원씩 조합원 증자운동을 펼치고 있다. 민 이사장은 “현재 출자금은 7000만 원으로 불어났다”며 “내년에 1억 원이 모이면 바로 대출사업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협동조합이란 취지를 살려 지역네트워크의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촘촘한 사회안전망은 한 조직이 다 만들 수는 없다”며 “연대를 통해 복지 사각 지대를 줄이고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우누리는 올해 지역 사회에 협동기금과 복지기금에 1000만 원을 기부했다.

◇ "재가와 시설서비스 간 벽 허무는 요양원 건립이 목표"

민 이사장은 "서울시립요양원 운영을 맡으면서 실은 깨고 싶은 장벽이 있었다"고 말했다. 재가와 시설서비스간에 벽을 허무는 일이다. 가장 이상적인 돌봄 서비스는 집에서 서비스를 받다가 상태가 나빠지면 시설로 가고 ,시설에서 호전되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재가서비스는 일 4시간으로 한계가 있고 시설은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벽을 깨면 사업자한텐 불리하다. 재가서비스를 받던 어르신이 시설로 들어가면 요양보호사가 그 기간에 일자리를 잃는다. 시설 입장에선 어르신이 재가 서비스로 돌아가게 되면 공실이 발생해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에 몰린다. 사업자 주체가 다르다보니 서로 끝까지 돌보겠다고 우기는 부작용이 일어난다.

2013년 요양원과 재가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하는 기회를 얻으면서 이 벽을 허물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그런데 걸림돌이 있었다. 재가 어르신을 시립요양원으로 보내려 해도 대기자 적체가 많아 넣어드릴 수가 없었다. 서울에는 시립요양원이 단 7곳으로 대기자가 200~300명이나 된다. 일주일에 한번 씩 대기자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할 정도다. 몇 달을 기다려 겨우 입소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상황이다. 요양시설의 어르신을 재가서비스로 전환할 수는 있어도, 재가 어르신을 요양시설로 제때 보내드리기는 어렵다.

"포기할 것이냐"고 물었다. 민이사장은 " 그동안 벽에 부딪혀 그만 둔 사업이 어디 한 둘인 줄 아느냐"고 맞받았쳤다.

"그동안, 꼭 필요한 것인데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뛰어들었어요. 그런 무모함들이 모여 작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어요. 그래서 하루 빨리 협동조합의 규모를 키우려 합니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요양원을 건립하려고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도우누리와 민 이사장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수많은 '국내1호'타이틀이 훈장처럼 빛나고 있지 않은가.
광진아동청소년 발달센터는 장애아동들에게 언어놀이와 미술 심리 치료로 재활을 돕고  부모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사진제공=도우누리광진아동청소년 발달센터는 장애아동들에게 언어놀이와 미술 심리 치료로 재활을 돕고 부모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사진제공=도우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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