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메리츠·HMC 등, 미분양에 620억 물렸다…증권사 '대출 확약' 폭탄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2016.10.20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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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피안힐즈에 '미분양 담보 대출 확약', 대출 떠안아…메리츠 4.5조 등 증권업계 최근 공격영업

부동산 시장의 거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고수익을 내왔던 미분양담보대출확약(이하 미담확약) 시장에서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

이 분야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려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았던 메리츠종금증권 (6,100원 ▼200 -3.17%)HMC투자증권 (8,680원 ▲30 +0.35%)이 약 620억원 규모의 미담확약 대출을 떠안아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와 HMC는 '평창 올림피안힐즈' 고급 아파트 분양사업이 5% 이하의 분양률로 사실상 전량 미분양되자 미담확약했던 자금 450억원과 100억원 대출을 떠안아 제공했다.

미담확약이란 일종의 지급보증으로, 준공 이후 미분양 물량이 생기면 금융사가 이를 담보로 시공사에 자금을 대출해주거나 공사비 및 금융 원리금 지급을 보증해주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금융사는 확약서 발급의 대가로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챙기지만 만약 미분양이 생기면 그 리스크 전체를 금융사가 져야 한다. 과거 저축은행들이 도맡았던 건설시장의 브리지론이 대규모 부실사태와 당국의 규제 강화로 사실상 시장에서 사라지자 증권사들이 미담확약이라는 유동화 기법으로 이를 대체해 돈을 벌어온 것이다.



[단독]메리츠·HMC 등, 미분양에 620억 물렸다…증권사 '대출 확약' 폭탄


'평창 올림피안힐즈'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 394-31 일원에서 445세대의 고급 아파트를 분양하는 부동산 프로젝트다. 2014년 4월부터 리우디앤씨라는 시행사가 파라다이스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고급 프라이빗 테라스 하우스를 짓겠다는 목표로 진행한 사업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수혜를 노리고 인적이 드문 곳에서 고급 주택 분양 사업을 벌인 것이다.

사업을 평가한 메리츠와 HMC는 분양을 낙관적으로 예상하고 각각 선순위 450억원, 후순위 100억원의 미담확약을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신안저축은행권이 중순위 70억원을 보증한 것을 포함하면 금융권이 620억원을 보증하고 약 50억원 이상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사업은 애초의 전망과는 달리 충분한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았고 분양가능성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판매조건 등으로 지난해와 올해 2차례 분양에서 모두 실패했다는 것이 관계자들 설명이다. 거래 관계자는 "잦은 설계변경으로 정상적인 분양이 이뤄지지 못했고 시행사와 시공사가 분쟁을 벌이면서 결국 일정을 맞추지 못해 공사비 등의 지급과 이자연체 등이 발생하자 미담확약자인 메리츠와 HMC의 대출이 실제로 집행됐다"고 설명했다.


미담확약 대출실행으로 사업의 부도를 막은 메리츠와 HMC는 완공된 이 부동산을 신탁사업자인 한국자산신탁과 함께 공매 처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실상 미분양 상태인 이 부동산이 제값에 팔리지 않을 경우 선순위(메리츠 450억원), 중순위(신안저축은행 70억원), 후순위(HMC 100억원) 순으로 대출금을 변제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공매가 실패하면 대출 전액을 떼이고, 공매가격이 300억원에 불과하다면 메리츠는 150억원을, 신안은 70억원, HMC는 100억원을 떼이는 셈이다.

문제는 두 회사 뿐 아니라 미담확약 등으로 앞다퉈 부동산 자금중개 수수료 벌이에 나섰던 증권사들이 비슷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초에 파악한 증권사들의 우발채무는 메리츠와 현대, NH투자, HMC, 교보, 하이 등 6곳만 해도 약 16조원(2015년 말 기준)에 달한다. 메리츠와 HMC는 특히 신용공여성 위험 노출 비중이 80%를 웃돌아 위험수준으로 분류된다. 예컨대 메리츠는 신용공여성 약정 잔액이 4조5000억원으로 미담확약 관련 2조1000억원, 기타약정 2조4000억원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HMC는 올 초 이 문제로 인해 그룹 내부의 집중감사를 받았지만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채 부실이 생기고 말았다. 그룹 감사실은 최근 2년간 이런 리스크 투자를 이끈 김흥제 사장과 부동산 금융부를 점검하고 그룹 재무실 출신의 이용배 부사장을 투입했지만 부동산 금융을 포함한 항공기 금융 등 리스크가 큰 대체투자성의 1조원대 우발채무는 좀체 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HMC 관계자는 "(평창 건은) 시행사와 시공사의 분쟁조정을 기다리다가는 (대출회수에) 시간이 지체될 수 있어 공매를 결정한 것"이라며 "준공 후 분양 방식을 택한 사업이라 손실액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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