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권익위원회 서울종합민원사무소 입구에 부패·공익침해 신고센터 설치를 알리는 입간판이 걸려 있다. /사진=뉴스1
이날 경찰청에 따르면 밤 9시 기준 일선 경찰서와 지방경찰청에 접수된 서면신고는 2건이다. 대한노인회 강남구지회 관계자는 관내 경로당 회장 160명을 초청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교통편과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신연희 구청장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신 구청장이 접대한 경로당 회장이 김영란법상 공직자인지, 제공한 금품이 수사대상에 해당하는지 법리검토를 거친 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나머지 1건은 강원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이날 오후 4시30분쯤 "민원인이 떡 한 상자를 배달해줬다"며 반납한 뒤 스스로 감독기관에 신고한 사례다.
원칙적으로 출동하지 않는 112신고는 3건이 들어왔다. 이날 최초 신고사례로 낮12시쯤 서울지방경찰청에 "한 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줬다"며 또 다른 학생이 신고를 한 것이다. 나머지 2건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접수된 것으로 김영란법에 대한 단순문의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주요공직자가 대상이거나 고액의 금품이 오가는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출동한다는 원칙에 따라 '캔커피 신고'는 출동하지 않고 서면신고를 안내 후 종결했다. 이 신고자는 신원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밤 9시까지 김영란법 신고가 서면과 112신고를 합쳐 3건에 불과한 이유로는 시행 첫날 김영란법 위반 '1호'가 되면 안 된다는 경계심에 법 적용 대상자들이 '몸 사리기'를 한 결과로 풀이된다. 아예 만남 자체를 없애버려 신고도 없었다는 얘기다.
신고자의 인적사항, 서명과 관련 증거를 함께 제출하게 한 신고요건과 허위신고 등 무고사범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처벌하겠다는 수사당국의 방침 역시 신고를 조심스럽게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법 시행 초기이므로 적어도 일주일가량은 지켜봐야 신고접수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정부터 법이 적용돼 (신고접수) 시간이 짧았다"며 "그동안 김영란법에 대한 홍보가 많이 돼 공직자들이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많은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김영란법 시행에 앞서 사건 수사와 처리 방법 등을 연구할 김영란법 TF(태스크포스·팀장 김헌기 경찰청 수사기획관)을 만들고 이달 초 사건접수와 수사절차 등을 정리한 수사 매뉴얼을 일선 경찰에 배포했다.
현장에서 수사를 도맡을 경찰들을 상대로 한 교육도 최근 마무리했다. 경찰청 김영란법 TF는 다음 달 까지 활동할 계획으로 시행 초기 김영란법에 대한 경찰 수사와 법 집행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이밖에 각 관서 별로 청탁방지담담관을 지정하고 전 직원 교육, 사건처리 지침 하달 등 김영란법 시행 준비를 마쳤다. 경찰은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10월 중으로 행동강령과 징계양정을 정비하고 경찰청과 각 지방청에 실무자 1명을 '청탐금지법 상담관'으로 지정하는 등 수사뿐만 아니라 김영란법 위반 방지를 위한 내부 단속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