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어린이집에서 소풍간다고 하는데 선생님 도시락 싸서 보내는 것도 문제가 되나요?"
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 27일 한 온라인 게시판에는 관행적으로 이어져온 행동들이 법에 저촉되는지 궁금해 하는 학부모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닌다는 또다른 학부모는 "유치원에서 소풍을 갈 때마다 담임선생님의 도시락을 싸줬다"며 "이전에도 아이 유치원은 별도 선물을 받지 않는다고 공지했었는데 소풍 도시락에 대해선 싸지 말라는 공지가 따로 없었다. 이건 문제가 없는 것이냐"고 물었다.
공직자와 언론인 외에도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이들 중에는 초·중·고등학교 교사와 유치원·어린이집 교사, 기간제 교사 등이 있다. 국공립·사립을 불문하고 모든 교사가 법 적용 대상이다.
학부모와 자신의 아이를 맡고 있는 교사는 직무와 관계없이 청탁이 있을 수 있는 관계로 보고 3·5·10(식사·선물·경조사비) 조항도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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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학교 현장체험학습 등에서 학부모들이 담임교사를 위해 준비한 떡, 김밥, 음료 등의 간식도 허용되지 않는다. 한 학부모는 "지난 추석에 아이 선생님께 드리려고 사둔 선물을 다 돌려받았다"며 "지난 학년 담임선생님 선물도 준비해서 여러 개인데 이걸 어디에 팔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울산의 한 중학교 교사는 "그동안 수학여행을 갈 때 점심이나 저녁에 보기에도 값비싼 음식들이 있는 경우가 있었다"며 "하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전부터 학교에서 스승의 날 선물 등에 민감했기 때문에 김영란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심적으로 자신을 괴롭힌 기프트콘에서 해방될 수 있어 더 좋다는 선생님도 있었다.
학부모들도 당장은 빈 손이 허전해 보이지만 법이 잘 정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학부모는 "아무리 큰 돈이 들지 않는다고 해도 선생님들에게 무언갈 줄 수 있는 가정의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간에는 심리적 격차가 생기지 않겠냐"며 "더욱이 커피 한잔이라도 대접받았으면 생활기록부를 쓰는데 아예 영향을 안 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사제지간을 법으로 단정짓는 것처럼 보여 아쉽다는 목소리도 일부 있다. 또다른 학부모는 "어떤 부모는 아이가 학교 대표로 상을 받았다고 교무실에 떡을 돌리기도 하고, 체육대회가 열리면 고생하는 선생님들에게 음료수를 돌리기도 하는데 이건 뇌물이 아니라 그냥 성의"라며 "큰 돈이 왔다갔다 하는 건 문제가 되지만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