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에 털리는 스마트폰·노트북 폭증…개인정보 사각지대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6.09.2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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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디지털포렌식 조사의 그늘①]권은희, "5년새 세배 이상 증가…참여권 보장 등 개인보호 규정 미준수"

[단독]경찰에 털리는 스마트폰·노트북 폭증…개인정보 사각지대


경찰청이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디지털 기기를 압수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디지털포렌식(Digital Forensics) 조사 건수가 최근 5년 간 10만건을 넘어섰다. 그러나 수사와 무관한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과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관련 자료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불법 수사가 조장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26일 경찰청으로부터 2011~2016년 연도별 디지털포렌식 건수 현황 자료를 제출받은 결과 2011년 7388건에 불과했던 디지털포렌식 건수가 지난해엔 2만4295건으로 세 배 이상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에도 8월 현재 벌써 2만건을 초과해 올 한해에만 3만건 이상의 디지털포렌식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포렌식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전자정보가 있는 디지털 기기에서 각종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범죄와 관련된 증거를 찾아내는 수사 기법이다. 모바일 기기가 일상화되고 각종 사이버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가 늘어나자 경찰도 발빠르게 디지털포렌식 수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사이버안전국을 창설해 사이버 범죄에 대한 엄단에 나서면서 디지털포렌식 건수가 60% 이상 대폭 늘었고 올해도 인터넷과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에 전방위적인 수사를 펼치면서 디지털포렌식을 통한 조사가 전년 수준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수사 관련 정보 뿐 아니라 수사와 관련이 없는 개인 정보까지 경찰에 고스란히 노출될 우려가 큰데도 경찰이 관련 규정 준수에 소홀한 채 불법 수사를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권은희 의원실에 따르면 경찰이 자의적으로 수사와 무관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사 대상자가 디지털 기기의 탐색과 복제, 출력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지만 실제 이같은 수사 과정에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구나 디지털 기기를 압수해 하드카피와 이미징으로 데이터를 복제할 때와 수사관이 복제한 데이터를 뒤져 증거를 채택하는 과정에 각각 참여권을 고지하고 이에 대한 동의서를 받아야 하지만 경찰은 이 자료와 관련한 통계를 전혀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사실상 참여권 보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각 지방 경찰청 등에 하달한 전자정보 압수수색 유의사항에는 '수사보고 또는 분석결과 보고에 기록저장 매체 또는 복제본을 수사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복제∙탐색∙출력하는 경우에도 참여권을 보장할 뿐 아니라 참여하지 않더라도 그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규정돼 있다.

또 디지털포렌식 종료 즉시 해당 데이터들을 지체없이 폐기 또는 삭제해 개인정보가 수사기관 혹은 외부에 노출될 소지를 없애야 한다. 그러나 일선 경찰서에는 데이터를 복제한 USB나 하드디스크 정보가 복원되지 않도록 삭제하는 기기가 갖춰지지 않아 수사가 종료된 후에도 개인정보가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경찰청은 완전 삭제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 중이다.

권은희 의원실은 "경찰이 디지털포렌식 수사는 대폭 확대하고 있으면서 수사에 활용된 복제 데이터 관리나 참여권 보장 등 인권 보호 조치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불법 수사를 방치하면서 경찰 수사권 독립은 요원한 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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