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에 깃든 '넛지' 이론을 아시나요?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6.09.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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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름의 시시콜콜]

남성용 소변기 안에 붙은 파리 스티커남성용 소변기 안에 붙은 파리 스티커


세계적으로 '넛지'(nudge) 열풍을 일으킨 경제학자 리차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은 그들의 공동 저서 '넛지'에서 흥미로운 시험을 소개한다. 미국의 한 학생식당 관리자인 캐롤린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정크푸드 섭취를 줄이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음식의 배열을 바꿔보기로 했다. 건강식을 앞쪽으로, 눈에 잘 띌 수 있게 음식의 배치 순서를 바꾸고 더욱 쉽게 집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특정 음식의 소비량이 25%씩 줄거나 늘어나는 흥미로운 결론이 도출됐다.

단순히 음식의 배열을 바꾸는 것만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드러운 개입이 힘을 발휘한 것이다. 두 저자는 상대방의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이같은 선택 설계의 힘을 넛지라 부르며 새롭게 정의했다. 넛지의 본래 뜻은 '옆구리를 슬쩍 찌르다'다. 하지만 이들의 정의는 옆 사람의 팔을 잡아끌어 어떤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단지 팔꿈치로 툭 치면서 어떤 행동을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욕실 아이템 중 하나인 남성용 소변기에서도 넛지의 힘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네덜란드 스키폴공항 남자화장실 소변기 사례가 대표적이다. 남성용 소변기는 서서 용변을 보게 돼있는 설계 구조상 수많은 소변 방울들이 소변기 밖으로 튀어 화장실 내 악취와 더러움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스키폴공항 관리소측은 이같은 고민에 대한 대안으로 소변기 안에 작은 파리모양의 스티커를 붙여놓기로 했다. 과녁을 정확히 맞추려는 남성들의 수렵·채집 본능을 활용해 화장실 청결도를 높이려는 의도에서다. 이같은 넛지 이론은 적중했고, 파리모양 스티커를 붙이고 난 뒤 소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스티커를 붙이지 않았을 때보다 80% 이상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다.

이처럼 넛지 이론이 남성용 소변기에 적용될 때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증명되면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소변기에 열 감지 기능이 있는 과녁 모양 스티커를 붙여 정중앙에 맞출 경우 색깔이 변화되도록 한다는지, 소변기 내에 미니 축구골대를 설치해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흥미를 더한 것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넛지 이론의 적용 범위가 유아용 소변기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유아용 소변기 안에도 작은 스티커가 붙어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앞선 넛지 이론 적용 사례에서와 마찬가지로 화장실 청결을 위한 목적도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유아들의 올바른 배변 습관을 길러준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남자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이같은 넛지 이론을 활용해 배변 훈련을 시도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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