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조선과 닮은 2016년 대한민국, 갈림길에 서다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 정진우, 유엄식, 정혜윤 기자 2016.09.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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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20년 대한민국, 선진국의 길]<13-끝>-①좋은 국가의 조건, "신뢰바탕 사회통합 추구"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 수출 세계 6위, GDP 규모 세계 11위 등 경제규모나 지표로 보면 그렇다. 이미 20년 전 선진국 클럽으로 분류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했다. 그러나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횡행하는 시대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영역에서 과연 선진국일까라는 물음에 우리는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는 창간 15주년을 맞이해 지난 20년간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진정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앞으로 20년 동안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모색해 보기로 했다.


1894년 조선과 닮은 2016년 대한민국, 갈림길에 서다


"백성들은 분노에 사로잡혀있다. 관리들은 그 자리를 감당할 능력이 없으며, 모든 것이 퇴보하고 무너지고 있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나든 오늘만 괜찮으면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러니 국가가 어떻게 유지될 수 있겠는가?…중략…사방에서 백성들의 분노의 소리가 들린다. 국가와 백성 사이에 진정성이나 신뢰라곤 없다. 장관들은 나라를 위협하는 커다란 위험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부를 채우기에만 급급하다. 백성들은 비참한 지경에 있다."




1894년 여름 오스트리아 작가인 에른스트폰헤세- 바르텍이 한반도를 기행하면서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것이다. 서서히 망해가던 조선은 결국 나라를 빼앗겼다. 만일 당시 사람들이 ‘헬조선’, ‘망한민국’과 같은 조어로 현실을 꼬집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보면 어떤 말을 할까?

이런 사례를 들면서 적지 않은 이들이 선진국 클럽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20년 전에 가입한 대한민국의 현실이 구한말과 비슷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부정적인 혹은 비관적인 진단과 달리 외국인들은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라며 문제는 한국인들만 선진국이 아니라고 여긴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대한민국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을 쓴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책과 강연 등을 통해 한국은 선진국이나 국민들이 선진국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인들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기간이 짧았고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새우컴플렉스’를 갖고 있다”며 “모든 면에서 상당한 격차로 한국을 능가하는 선진국은 없으므로 한국인들 스스로 선진국에 걸 맞는 정체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1953년 1인당 국민소득은 63달러였던 나라가 두세대 만에 저개발국가에서 선진국으로 뛰어 올랐고, 브라질이 올해 남미 최초로 올림픽을 개최했지만 이보다 28년 앞서 올림픽을 개최했고, 전자와 자동차, 조선 등에서 세계 최고 기술수준을 갖고 있고, 세계를 흥분시키는 대중문화를 을 가진 나라지만 한국인들은 ‘선진국= 유토피아’란 오해와 환상을 갖고 스스로를 저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1894년 조선과 닮은 2016년 대한민국, 갈림길에 서다
어떤 시각을 갖고 있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답은 대동소이하다. 머니투데이가 창간기획 ‘OECD20년 대한민국, 선진국의 길’의 첫회에서 제시했듯 기획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전현직 부총리와 장관, 대학 교수, 연구원 등 각계 전문가 50명은 BASIC(베이직) 즉 ‘Balance(균형), Advance(성장), Standard(규범), Innovation(혁신), Capacity(수용)’ 등으로 제시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런 기본적인 조건 위에서 실행하는 것이다. 이런 기본의 실행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는 국가에 대한 ‘신뢰’다. 아무리 훌륭한 국가 시스템도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작동이 안된다. 최연혁 스웨덴 싱크탱크 스칸디나비아정책연구소장은 “국민과의 교감을 나눈 국가, 국민의 자발적인 정치참여를 이끌어내 책임정치가 이뤄지는 국가가 국민들이 살기 좋은 선진국이다”며 “좋은 국가는 신뢰를 바탕으로 균형잡힌 성장과 사회 통합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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