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찰청장이 보여준 착석법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2016.08.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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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담]이철성 경찰청장, 강신명 전 청장 이임식서 앉은키 낮춘 '예우' 눈길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이철성 경찰청장이 2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강 청장의 이임식에 참석했다. /사진제공=뉴스1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이철성 경찰청장이 2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강 청장의 이임식에 참석했다. /사진제공=뉴스1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선 제19대 경찰청장인 강신명 전 청장의 이임식이 열렸습니다. 강 전 청장은 13층 대청마루에서 30분여 행사를 마치고, 청사를 빠져나왔습니다.

임기를 마친 청장이 청사를 떠나기 전 경찰청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촬영이 있습니다. 강 전 청장이 가운데 자리를 잡고 왼쪽에 후임자인 이철성 현 청장(당시 경찰청 차장)이 앉았습니다. 좌우와 뒷줄을 경찰 간부들이 채우고 몇 차례 기념 촬영.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철성 청장입니다.



이 청장은 누가 봐도 불편하게 앉았습니다. 엉덩이를 의자 앞으로 뺀, 살짝 누운 듯한 자세입니다. 걸터앉았다는 표현이 좀 더 맞아 보입니다. 강 전 청장과 이 청장은 여러 컷에 걸쳐 기념촬영을 했는데 이 청장의 불편한 '착석법'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흔한 '2인자의 착석법'입니다. 그 덕에 강 전 청장과 이 청장의 앉은키는 비슷해졌습니다. 얼핏봐도 이 청장이 강 전 청장보다 5㎝정도 큰데 말이죠. 특별히 모난 데 없고 선후배 경찰로부터 신망이 두텁다는 이 청장의 평판을 엿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제19대 강신명 경찰청장 이임식에서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왼쪽)와 강신명 경찰청장이 자리에 앉아 있다./사진=뉴스1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제19대 강신명 경찰청장 이임식에서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왼쪽)와 강신명 경찰청장이 자리에 앉아 있다./사진=뉴스1
지난달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 청장을 신임 경찰청장으로 지명한 것을 두고 '무난한 인사청문회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사상 최초로 순경부터 치안총감까지 경찰 11계급 모두 거치는 인물이 되는 데다 고위직까지 오르며 쌓았을 법한 안 좋은 평판도 적었기 때문입니다. 소속 경찰들의 말도 안 되는 성추문이나 여권 고위 관계자 자녀의 특혜 의혹같이 다른 후보가 갖고 있던 '결격사유'도 없어 보였습니다.

예상과 달리 이 청장의 인사검증은 험로를 걸었습니다. 23년 전 음주운전 사고가 드러나고 당시 경찰신분을 속인 사실을 실토하면서입니다. 경찰이 시민들과 만나는 가장 흔한 국면이 '음주단속'인 점을 감안하면 "그 때엔 좀 관대했다"는 변명이 안 통할 만합니다.


우병우 민정수석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의 부실검증 논란까지 덧붙으며 이 청장의 인사청문 보고서는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지만 취임 초기 조직장악과 국민 신뢰회복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청장은 24일 취임식에서 "오래된 허물로 동료들에게 심려를 끼쳐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국민과 동료를 섬기는 자세로 일하면서 마음의 빚을 갚아나가겠다"고도 했습니다. '시작보다 마무리가 아름다운 청장'이 되겠다는 다짐도 내놨지요.

이 청장이 치안총수에 올랐으니 강신명 전 청장의 이임식에서 보여준 불편한 착석법은 다시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불편했던 착석법을 잊진 않길 바랍니다. 취임식에서 약속한 것처럼 국민과 동료를 섬기는 자세를 계속 떠올리면서 말이죠. 경찰은 국민 앞에선 항상 2인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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