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부인 걱정많던 이인원 "먼저 가서 미안하다"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6.08.2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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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각별한 부인과 노후 꿈꾸던 양평서 자살…아들에게 "고생 많았다" 유서

아픈 부인 걱정많던 이인원 "먼저 가서 미안하다"


"먼저 가서 미안하다."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의 '2인자'로 불리던 고(故)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사진)은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그동안 앓고 있던 지병을 간병하느라 고생 많았다. 힘들었을 텐데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외아들에게 유서를 남겼다. 최근 건강이 악화된 부인 박모씨를 두고 한 말이었다.



이 부회장의 부인 박씨는 이달 초 대장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현재까지도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숨지기 전까지 부인을 걱정했고, 세상에 남은 가족에게 미안한 심정을 전했다.

이 부회장은 평소에도 부인과 사이가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지인으로 이 부회장이 숨진 경기도 양평에서 미술관을 운영하는 강건국씨는 "이 부회장이 평소 부인과 함께 양평을 자주 찾았다"며 "은퇴 후 부인과 함께 노후를 보내기 위해 땅도 사고, 집도 지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숨지기 전날인 25일 밤, 서울 용산구 아파트 자택에서 경비원과 "부인이 곧 퇴원할 것"이라는 말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부인이 입원 중이고, 외아들은 분가해 살아 최근 자택에서 혼자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갑작스러운 비보를 들은 이 부회장의 아들은 경기도 양평군 양수장례식장을 찾아 이 부회장의 시신을 확인하고 경찰의 유족 조사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회사에서도 말단 직원들에게까지 말을 걸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등 인자한 성품으로 존경을 받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회사의 큰 어른이면서도 직원들에게 아버지 같은 인상을 심어줬던 가족 같은 분"이라며 "검찰 수사 국면에 부인의 병세까지 더해 심적 고통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이 부회장 유족과 협의를 거쳐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롯데그룹장(5일장)을 거행키로 했다. 장례위원장은 소진세 롯데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이 맡았으며 조문은 27일 오전 9시부터 가능하다. 빈소는 장례식장 별관 3층 30호실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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