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가 없다면 공산주의보다 나쁘다?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6.08.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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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51>애널리스트 무용론에 대한 항변과 투정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만약 주식시장에 애널리스트가 없다면 어떨까요?

주식시장에 애널리스트가 존재하는 이유는 ‘알파’(alpha), 즉 초과수익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보통 투자수익률이 시장수익률을 상회하면 초과수익을 냈다고 말합니다.

애널리스트는 다양한 분석을 통해 초과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을 찾습니다. 펀드매니저는 애널리스트의 종목 추천을 바탕으로 적절한 투자를 단행하고 그리고 만약 애널리스트가 옳았다면 초과수익을 얻습니다. 이러한 투자를 액티브(active) 투자라 부르죠.



물론 여기서 거둔 초과수익은 애널리스트 분석에 들어간 비용과 펀드매니저의 수수료를 합친 금액보다 커야 진정한 초과수익이 됩니다.

이러한 과정이 되풀이 되면서 실력 없는 애널리스트는 자연스레 도태되고 오로지 실력 있는 애널리스트만 살아남습니다. 생존과 도태의 치열한 경쟁은 애널리스트로 하여금 끊임없이 알파를 찾도록 노력하게 만듭니다.



이 시나리오대로 된다면 애널리스트의 역할을 두고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애석하게도 지금까지의 많은 재무학연구들은 대다수의 뮤추얼펀드가 시장수익 대비 초과수익, 알파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나마 초과수익을 거둔 펀드들도 비용과 수수료 등을 차감하고 나면 시장수익률을 상회하는(=진정한 초과수익을 내는) 펀드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뿐입니다.


또한 특정한 연도에 초과수익을 냈더라도 미래에 꾸준하게 지속적인 초과수익을 내는 경우는 희박합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더 적극적으로 알파를 찾으려고 하는 헤지펀드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일반 뮤추얼펀드보다 수수료만 더 비쌀 뿐 초과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연구가 수두룩합니다.

현재 최고의 주식투자자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과 뉴욕의 한 헤지펀드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익률 내기에서도 이 점은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버핏은 지난 2008년 S&P500 지수 상승률을 이기는 헤지펀드가 나오면 100만불을 주겠다고 내기를 걸었는데, 8년이 지난 지금 헤지펀드는 S&P500 지수 상승률의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액티브 투자의 무용론, 나아가 애널리스트 무용론을 시사합니다. 비용과 수수료를 고려하지 않고도 대다수의 펀드가 시장수익률에 미달한다는 사실은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 알파를 찾을 필요가 없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나온 게 패시브(passive) 투자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진정한 초과수익을 내는 종목을 찾기가 어렵다면 그냥 인덱스나 ETF에 투자해 시장수익률이나 추구하자는 겁니다. 더군다나 인덱스펀드나 ETF는 수수료가 엄청 싸죠.

결국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패시브 투자가 정답입니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패시브 투자가 급격히 늘면서 점점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물론 1977년부터 1990년 사이에 순자산가치를 27배나 늘인 피터 린치(Peter Lynch)와 같은 뛰어난 펀드매니저가 간간히 나오긴 하지만 만약 당신도 그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면 하루빨리 생각을 고쳐 먹는 게 현명합니다.

그럼 모든 투자자들이 액티브 투자를 버리고 패시브 투자에만 집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주식시장에서 애널리스트의 알파를 찾는 노력은 필요가 없게 되고 좋은 종목과 나쁜 종목을 찾는 시도는 포기될 겁니다.

그리고 주식투자는 그저 인덱스펀드와 ETF에 투자해서 시장수익률을 얻는 것으로 귀결되겠죠. 그렇다면 좋은 세상이 온 거 아닌가요? 지금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시장수익률에도 못 미치는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말이죠.

“애널리스트가 없는 자본시장은 마르크스주의(Marxism) 계획경제보다 나쁘다.”

지난주 전 세계 주식전문가들 사이에서 미국 샌포드 번스타인(Sanford Bernstein & Co.)의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보고서가 큰 논란이 됐습니다.

이 애널리스트가 주식시장에서 모두가 패시브 투자를 하면 좋은 세상이 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마르크스주의 계획경제보다 더 나쁜 결과가 온다고 강변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자본시장의 기능은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입니다. 즉 좋은 기업에는 돈이 몰리고 나쁜 기업에서는 자본이 빠져 나갑니다.

애널리스트는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찾아내어 이들의 주가가 본질가치에 미달하는지 아니면 초과하는지 끊임없이 검증합니다. 저평가된(underpriced) 좋은 기업의 주식은 매수하고 고평가된(overpriced) 나쁜 기업의 주식은 공매도하는 과정을 통해 자본은 가장 생산적인 기업으로 재배분됩니다.

이처럼 애널리스트가 알파를 찾는 노력은 자본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도록 함으로써 자본시장 참가자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긍정적인 외부성(positive externality)을 갖습니다.

그런데 만약 애널리스트가 없어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자본의 효율적 배분은 멈추게 되겠죠. 그 결과 나쁜 기업에서 좋은 기업으로 자본이 재배분되지 않고 자본시장은 효율적 자본배분 기능을 상실하게 되겠죠.

만약 애널리스트의 노력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아무도 부담하지 않으려 한다면 주식시장에서 애널리스트가 사라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자본의 효율적 배분은 멈추게 돼 마르크스주의 계획경제보다 더 나쁜 체제로 전락하고 말겠죠.

그러니 일반 개미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 비용을 부담하지 못한다면 정책당국이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주장했습니다.

상당히 수긍이 가는 주장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비평가들은 알파를 찾는 노력을 애널리스트라는 특정 집단의 고유 업무로 보는 점과 따라서 그들에게 마땅히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패시브 투자가 유리하다고 해도 누군가는 여전히 대박 종목을 찾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고 액티브 투자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자발적인 노력 때문에 자본시장은 효율적인 자본배분 기능을 계속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애널리스트 집단에게 노력의 대가를 정책적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친 요구라는 거죠. 애널리스트 집단의 투정이라고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주식시장에 애널리스트가 필요할까요?

효율적 자본시장을 유지하는 진정한 원동력은 애널리스트 집단 그 자체가 아니라 알파를 찾으려는 노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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