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수년 전 B씨가 운영하던 식당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었다. 최근 수도사업소에서 A씨의 식당을 방문해 A씨가 사용 중인 6개의 수도 중 하나가 부정급수장치라며 과태료만 수천만원을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A씨는 5개의 수도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수도사업소에서 부정급수장치라고 지목하기 전까지는 그 수도에 수도료가 부과되지 않고 있는 줄 몰랐다. 이전 업주이자 부정급수장치를 설치한 B씨는 A씨에게 이에 관해 알려준 적도 없었다.
또 종전에는 객관적인 위반사실만 있으면 행위자의 고의나 과실 등이 없더라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었지만, 현재 시행중인 '질서행위규제법'은 국민의 권익보장을 위해 고의나 과실, 위법성 인식 가능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어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질서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부정급수로 인한 과태료와 추징금은 몇 년 치 수도료의 몇 배를 부담하게 돼 자영업자들에게는 사업자체를 접어야 될 정도의 폭탄같은 존재다. 과태료나 추징금 관련채무는 개인파산 등 도산절차에서도 비면책 채권으로 처리돼 면책을 받을 수 없어 다른 어떤 채권보다도 더 적극적인 법적대응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사업소 직원들의 과태료와 추징금 관련 법령에 대한 무지, 그리고 자영업자들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부정급수로 인한 과태료·추징금 문제가 심각하게 존재해왔던 것이다.
수도사업소에서는 최근 시행된 법률과 관련 판례를 검토한 후 신중하게 과태료와 추징금이 부과돼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당한 과태료처분과 추징금 부과 위험에 처한 사업자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억울한 사업실패로 이어지는 일이 더는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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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서율의 최동욱 변호사는 전문직과 기업 대표의 회생·파산 업무를 주로 맡았다. 도산절차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기·배임·횡령·강제집행면탈 관련 형사사건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 밖에도 집합건물 관련 관리단 소송 등 부동산 소송에 주력하고 있으며, 현재 머니투데이 더 엘(the L)에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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